작년 인터넷 전문 은행(인터넷뱅크) 3사 중 후발 주자인 토스뱅크가 적자에서 457억원 흑자로 전환하면서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 뱅크 3사가 모두 흑자를 냈다. 게다가 3사 모두 작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2017년 카카오뱅크·케이뱅크가 문을 연 지 8년 만에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인터넷 뱅크는 국내 성장세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인터넷 뱅크 3사는 모두 올해 전 세계 디지털 은행 순위 15위 내에 들었다.
◇해외로 가는 인터넷 은행
23일 태국 현지 매체 더네이션에 따르면, 태국 중앙은행(BOT)은 각각 한·중 최초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위뱅크, 그리고 태국 현지 금융지주사 SCBX 3자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인터넷 뱅크 사업자 중 하나로 선정했다. 태국 재무부가 올 상반기 중 컨소시엄 설립을 최종 승인하면, 이르면 내년부터 카카오뱅크가 참여하는 인터넷 뱅크가 태국에서 정식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추후 설립되는 태국 인터넷 뱅크의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 SCBX에 이은 2대 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 6월 SCBX와 함께 태국 인터넷 뱅크 인가를 얻기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3월엔 위뱅크도 컨소시엄에 합류했고, 지난해 9월 인가 신청서를 내 이번에 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최종 승인 단계가 남았지만 해외 진출 9분 능선은 넘은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 인도네시아 인터넷 뱅크 수퍼뱅크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처음 해외시장 문을 두드린 바 있다. 태국에선 카카오뱅크가 현지 시장 이해도가 높은 태국 금융지주사와 협력하는 형태로 진출 전략을 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글로벌 핀테크 콘퍼런스 ‘머니 2020 아시아’의 기조 연설에서 “카카오뱅크 성장 배경에는 기술을 통해 편리함을 극대화하고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고객 중심적 사고가 있었다”며 “소비자 중심 플랫폼으로 거듭나 은행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했다.
◇토스도 3~5년 내 해외 확장
토스뱅크, 케이뱅크 등도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3~5년 내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며 “처음에는 지분 투자나 합작 법인(JV·조인트 벤처) 설립, 혹은 토스뱅크의 시스템을 제3자가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형 뱅킹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2018년 KT와 함께 몽골 MCS그룹에 인터넷 뱅크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기존 인터넷 뱅크가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앞으로 국내에서 인터넷 뱅크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많다. 최근 금융 당국이 제4 인터넷 뱅크 인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소소뱅크, 포도뱅크, 한국소호은행, AMZ뱅크 등 총 4개 컨소시엄이 금융위원회에 예비 인가 신청서를 냈다.
또 국내에서 쌓은 인터넷 뱅크 노하우로 아직은 인터넷 뱅킹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을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에 친숙한 젊은 인구가 많은 동남아 시장 패권을 두고 전 세계 인터넷 뱅크들의 각축전이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톱15’에 국내 3사
실제 세계시장에서 국내 인터넷 뱅크 위상은 높다. 글로벌 금융 및 핀테크 조사 업체 TAB 인사이트가 각국 주요 인터넷 뱅크 160여 곳의 고객 수, 상품 범위, 수익성, 자산, 자금 조달 등을 평가하는 ‘세계 상위 100개 디지털 은행 순위’에서 올해 카카오뱅크는 브라질 누뱅크, 네덜란드 ING뱅크, 중국 위뱅크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1~3위가 각각 남미, 유럽,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기반으로 영업 중인 가운데 카카오뱅크는 상품의 다양성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토스뱅크(9위), 케이뱅크(14위)도 15위 안에 들었다.
글로벌 금융 전문지 더 뱅커의 전 세계 1000대 은행 순위에서 국내 은행 중 가장 순위가 높은 KB국민은행이 58위인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 은행계에선 국내 업체들의 위상이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