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협회가 공인중개사와 함께 부동산 매물을 직접 살펴보러 가는 임장(현장 방문) 활동에도 비용을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매수 의사 없이 매물을 둘러보기만 하는 고객들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수수료 부담 때문에 직거래가 더 활성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의 임장 기본 보수제 추진 계획을 밝혔다. 협회는 소비자에게 임장비를 사전에 받은 뒤 실제 계약이 체결되면 그만큼의 비용을 중개 수수료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공인중개사는 단순 안내자가 아니라 국민 재산을 다루는 전문 자격사”라며 “임장 과정에서의 노력과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협회는 이를 위해 공인중개사법 개정 논의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박은성 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 제도개선과장은 “지금은 중개사를 통해 임장을 진행해도 아무런 보수 없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는 직업적 전문성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 공부 목적으로 실매물을 둘러보는 임장 크루가 늘자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인중개사 커뮤니티에는 “집 구경하러 오는 사람 응대하느라 진짜 고객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손님인 척 약속 잡더니 8명이 몰려온 적도 있었다” “찝찝해서 상담 의뢰서부터 작성하라고 했더니 이름에 시진핑이라고 적더라” “조건에 맞는 곳 검색해서 반나절 넘게 여러 집 보여줬더니 임장 크루였다. 힘 빠진다” 등의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 임장비를 도입하면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아껴 실구매자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애꿎은 실수요자만 피해를 본다는 의견도 있다. 실수요자의 경우 여러 지역의 매물을 둘러보는 데 임장비가 누적되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비용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가 당근과 같은 직거래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도 신경 써야 한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