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은퇴 연령은 큰 변화가 없는데 기대 수명만 빠르게 늘어나면서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 심리가 강해지고 소비는 감소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인구 요인이 소비 성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 20년간 기대 수명 증가로 인해 소비 성향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4~24년 20년간 우리나라 기대 수명은 77.8세에서 84.3세로 약 6.5세 증가했다. 같은 기간 GDP(국내총생산) 대비 민간 소비의 비율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은 52.1%에서 48.5%로 3.6%포인트 하락했는데, KDI는 기대 수명 증가가 평균소비성향의 3.1%포인트 하락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기대 수명이 1년 늘 때마다 소비 성향이 약 0.48%포인트씩 떨어진 것이다. KDI는 생애 주직장 퇴직 연령에는 20년간 큰 변화가 없었지만 기대 수명이 늘면서, 퇴직 이후 소득이 낮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얻을 것에 대비해 저축 성향은 커지고 소비 성향은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KDI는 “앞으로 기대 수명 증가세가 둔화되고 자산을 축적한 75세 이상 초고령층 인구 비율은 늘면서 소비 성향이 2030년대 중반부터 다시 올라갈 것”으로 봤다. 초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저축보다 소비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KDI는 당분간 민간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기대 수명 증가에 대응해 은퇴 시점이 적절히 조정될 수 있도록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제약하는 구조적인 요인들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