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1분기(1~3월) 마이너스 성장 성적표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월 2일부터 불을 붙인 관세 전쟁의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분기(4~6월) 성장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의 상호 관세(25%) 조치가 90일 유예됐지만 기본 관세(10%)와 철강·자동차(25%) 등 품목별 관세는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올해 2분기 한국 경제가 0.8%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2분기 관세 영향이 가장 우려할 만한 부분인데 어느 정도 될지 솔직히 알 수 없다”고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줄었다. 특히 이 기간 대미 수출액이 61억82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4.3% 급감했다.
한미 관세 협상이 순조롭다고 하더라도, 촘촘하게 얽혀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고려하면 관세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무역 감소는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시티그룹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25%에서 10%로 낮추더라도 미국과 중국 간 100% 넘는 고율 상호 관세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이 0.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이유로 글로벌 기관들은 한국 경제성장 전망을 속속 내려 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22일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로 하향했다. 지난 1월 전망치(2%)에서 한꺼번에 절반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미국 관세 정책으로 더 큰 타격을 받는 점이 반영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24일 올해 한국 경제가 0.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을 내려 잡았다. 기존 전망치는 0.7%였는데 더 낮춘 것이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에는 외부의 역풍이 눈에 띄게 커질 것”이라며 “기저효과 때문에 민간 소비는 반등하겠지만 수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호 관세 적용 시 연간 성장률이 최대 0.9%포인트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1%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