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가계가 쓰는 간병비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보험 업계에서 입원 기간 중 간병인을 쓰는 경우 보험금을 주는 간병인 사용 일당(간병비) 특약의 보장 한도를 신규 가입자에 대해 줄줄이 줄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1년 전만 해도 간병비를 최대 절반 환급해주는 식으로 보장하는 보험 상품을 출시해 ‘간병비 특약 경쟁’을 펼쳤다. 지난해 9월에는 주요 보험사들이 일제히 간병비 보장 한도를 늘린 특약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간병 특약 손해율이 높아지자 이번엔 최대 보험금 한도를 슬그머니 줄이고 있는 것이다.
먼저 경쟁적으로 간병비 한도를 높이거나 과도한 환급금을 주는 특약으로 가입자를 모아 손해율 상승을 자초해 놓고, 다시 특약을 조정하는 보험사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도 높다.
◇하루 간병비 한도 반 토막
24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최근 성인 대상 간병비 한도를 반 토막으로 줄였다. 원래는 납입하는 보험료가 3만원 이상이 되면 간병비를 최대 하루 20만원까지 보장하는 특약을, 10만원 한도로 축소했다. 메리츠화재도 간병비 한도를 기존 하루 2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줄였다. 손보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간병비 한도를 대폭 줄이자 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도 성인 대상 간병비 한도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간병비 한도 역시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달 들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이 기존 15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췄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작년부터 이를 5만원 한도로 유지하고 있다.
DB손보는 간병비 최대 한도는 15만원(15세 이하)으로 유지하되, 한 달에 내는 보험료가 5만원 이상이어야 간병비 8만원 이상을 보장한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이전에는 2만원대 보험료도 해당 특약에 가입할 수 있었다.
◇과열 경쟁하다 꼬리 내린 보험사들
지난해 9월 삼성화재를 비롯해 DB손보·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 등 보험사들은 일제히 간병비 보장을 하루 15만원에서 20만원까지 높여 놨다. 그렇게 해놓고는 반년여 만에 다시 축소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해 5월에도 보험사들은 일정 금액 이상 간병비를 쓰면 보험료를 돌려주는 ‘페이백(환급) 특약’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메리츠화재는 한 사고당 2000만원 이상이면 400만원까지, DB손보는 2000만원 이상이면 1000만원을 주는 특약을 잇따라 내놓으며 경쟁이 과열됐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입원을 오래 해 간병인을 쓰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당시 나왔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간병비 특약만 떼어 봤을 때 손해율이 400%까지 치솟기도 한다”며 “간병보험 과열 경쟁이 붙어 보험사들이 쉽사리 간병비 한도를 내리기 어려웠는데 한 곳에서 내리니 우후죽순 한도를 다시 낮출 일만 남았다”고 했다. 통상 장기보험의 경우 90%를 적정 손해율로 보고 있다. 손해율이 100%가 넘어가면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가입자에게 주는 보험금이 더 커 보험사로서는 손해가 난다.
◇지난해 간병비 11조원
국내 환자·보호자들이 간병인을 사적으로 고용해서 나간 비용은 지난 2018년 8조원에서 지난해 11조4000억원으로 6년 만에 약 43%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간병보험 가입자들이 첫 달 낸 보험료 규모는 지난해(1~11월) 883억6606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0%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간병보험과 관련한 분쟁이나 민원도 늘고 있다. 지난 9일 금감원은 “간병 활동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거나 카드 전표가 제출되지 않으면 보험사에서 간병인 사용 계약서, 간병 근무 일지 등을 추가로 요청할 수 있으므로 기록을 꼼꼼히 남겨야 한다”고 안내했다. 특히 간병인을 고용해 일당을 준 것이 아니라, 전문 간호 인력이 간병인이나 보호자를 대신해 간호와 간병을 함께 해주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보험사에서 간병비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대부분 보험사는 가입자가 간병인을 고용해 일당을 줬을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