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선포한 지난 2일부터 한 달여 지난 시점인 5월 둘째 주, 미국 로스앤젤레스항으로 들어오는 수입 컨테이너가 36% 급감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간 소비 심리 지표나 금융 시장을 선제 타격해 왔던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점차 실물 경제 전반에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주요 거점인 LA항의 물동량이 크게 둔화하고 있다고 28일 야후파이낸스 등이 LA항 물류통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중국 145% 관세 부과로 인한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가 미국 경제 성장 둔화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상황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컨테이너 추적 업체 통계를 인용해 4월 중순 현재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컨테이너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줄었다고 했다. 무역상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선적 결정을 미루고 있고, 기업 물류 담당자들은 중국에서 상품을 수입하기 전에 우선 재고부터 소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는 “조만간 미국 마트 매대에 상품이 줄어 가격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 가계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고, 이어 사회 전반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미중 협상이 본격화하지 않으면 올여름 미국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번지고 있다.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매니지먼트는 최근 투자자 설명자료에서 미국이 경기 침체로 빠지게 되는 타임라인을 제시했다고 CNBC는 전했다. ①4월 2일,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 출항 감소 ②5월 초중순, 미국 항구로 들어오는 컨테이너 급감 ③5월 중하순, 미국내 트럭 운송 수요가 감소하고 마트 내 비어 있는 매대가 생겨나기 시작 ④5월말부터 6월초, 트럭 운송 업계와 소매업체 근로자 해고 발생 시작 ⑤여름, 미국 경기 침체 시나리오다.
JP모건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28일 리서치 노트에서 “가격 상승과 재고 감소에 직면한 소비자들은 구매를 줄일 수 있고, 기업들은 고용·투자·출장 등 제반비용을 줄일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이 미국의 수요를 저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