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가운데 금요일 장 초반 시장을 뒤흔들었던 은행주가 반등하면서 뉴욕증시는 소폭 상승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장 초반 1%까지 하락했던 S&P500 지수는 반등에 성공, 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 금융주 지수는 2020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에서 반등했다. 시티즌스 파이낸셜 그룹과 자이언스 뱅코퍼레이션이 최소 2.9% 상승하는 등 지역 은행들이 회복세를 주도했다.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는 이날 또 하락해 올해 들어 하락폭이 90%까지 확대됐다.

앞서 도이체방크 주가가 급락과 채무불이행에 대비한 비용이 상승하면서 은행주 매도세가 촉발됐는데, 일부에서는 금융 산업을 흔드는 혼란 속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헤지 펀드들의 움직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글로벌 당국은 최근 일부 미국 지역 은행의 부실과 거대 은행인 크레디스위스가 라이벌인 UBS 그룹에 인수되는 상황에서 금융 시장과 은행 예금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금요일 예정에 없던 금융안정감독위원회 회의를 위해 미국 최고 금융규제 당국 수장들을 소집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연합(EU) 지도자들에게 “유럽의 은행 부문은 여전히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마크 헤펠레는 “신뢰는 여전히 취약하고 변동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책 입안자들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견고하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금융 여건이 나빠져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완화하더라도 경제 경착륙의 위험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은행 자본 및 유동성 비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규제와 지난 몇 주 동안 정책 입안자들의 대응 규모를 고려할 때, 이번 사태가 2008~2009년과 비슷한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5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6월에 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가 기본 케이스는 아니다”고 했음에도 투자자들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또 시장에서는 ECB와 영란은행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기대도 사라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 재무부 2년물 금리가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글로벌 채권이 ‘랠리’를 펼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독일 국채 2년물 금리는 0.3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파월 의장의 물가 안정 회복 의지를 반영하듯 3명의 연준 위원들은 이번 주 예상보다 과열된 경제를 막기 위해 긴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올해 금리를 5.62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동료들의 예상 중앙값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치이다.

이날 오전 뉴욕 연방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인플레이션 활동 지표는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둔화했다.

지난 19일 연준과 주요 6개국 중앙은행이 달러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기로 한 뒤 일주일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600억 달러가량을 조달했다. 연준은 누가 얼마나 가져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은행은 신용이 경제를 통해 흐르는 통로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때 최전방에 있는 경우가 많다.

더블라인 캐피털 LP의 최고 투자 책임자 제프리 건들락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실질적으로’ 인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에서 나오는 경기 침체 신호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전략가들은 앞으로 몇 달간 주식 및 신용 시장이 침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클 하트넷이 이끄는 BoA 리서치팀은 “신용과 주식 시장은 금리 인하에 너무 욕심이 많고, 경기 침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 등급 스프레드와 주식이 향후 3~6개월 동안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PFR 글로벌 데이터를 인용한 메모에 따르면 글로벌 현금 펀드에는 지난주부터 수요일까지 2020년 3월 이후 최대 규모인 약 1430억 달러가 유입되는 등 지난 4주 동안 총 3000억 달러가 넘게 유입됐다. 머니마켓펀드(MMF) 자산은 5조100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과 2020년 연준의 대규모 금리 인하 때도 MMF 자산이 급등한 적이 있다는 게 하트넷의 설명이다.

채권 투자자들은 최악의 글로벌 은행 위기가 끝났을 것이라는 기대로 신용 시장이 ‘랠리’를 펼치고 있음에도 위험한 기업 채권은 꺼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발행되는 회사채 중 가장 취약한 두 계층인 B등급과 CCC 등급의 스프레드 격차는 3개 미국 지역 은행이 파산하고 크레디스위스가 급히 인수된 이후 극적으로 벌어졌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CCC 등급 채권 발행사의 채권 금리는 B 등급 발행사보다 평균 5.31%포인트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주요 움직임

◇주식

  • S&P 500은 뉴욕 시간 오후 4시 현재 0.6% 상승
  • 나스닥 100은 0.3% 상승
  •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4% 상승
  • MSCI 세계 지수는 0.2% 하락

◇통화

  •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0.4% 상승
  • 유로는 0.7% 하락한 $1.0759
  • 영국 파운드는 0.5% 하락한 $1.2227
  • 일본 엔화는 달러당 130.76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음

◇암호화폐

  • 비트코인은 1.7% 하락한 $27,846.95
  • 이더는 3% 하락한 $1,764.21

◇채권

  •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6bp 하락한 3.37%를 기록
  • 독일의 10년물 수익률은 7bp 하락한 2.13%를 기록
  • 영국의 10년물 수익률은 8bp 하락한 3.28%를 기록

◇상품

  •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1% 하락한 69.18달러를 기록
  • 금 선물은 0.8% 하락한 온스당 $1,997.70에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