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국내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라인. RE100은 ‘renewable energy(재생에너지) 100%’의 약자로 SK그룹의 8사가 한국 RE100위원회에 가입 신청서를 냈다. / SK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이 백신 생산을 위한 연구를 하는 모습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2020 CEO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SK

SK그룹은 지난 2일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을 신청하는 등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한 근본적 혁신에 힘 쏟고 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2050년까지 기업의 사용 전력량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SK, ESG 실천 기업으로 신뢰 확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동안 그룹의 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로 ESG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최 회장은 2018년 그룹 CEO세미나에서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라”고 언급했다.

SK그룹은 RE100 가입으로 시장과 사회로부터 ‘글로벌 최고 수준의 ESG 실천 기업’이라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미국·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 강화에 대응하는 측면에서도 한발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는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SK의 주요 관계사들도 ESG 경영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 E&S는 지난 9월 새만금 간척지에 여의도 크기의 태양광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자로 선정됐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을 활용해 소모 전력을 절감하고 있다. SK건설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경기 화성과 파주에 준공해 가동 중이다. SK건설은 국내 최대 환경플랫폼 기업인 EMC홀딩스를 인수하며 친환경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SK그룹은 우선 반도체∙소재 분야에서 지속적인 기술· 설비 투자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인텔의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을 9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용 대용량 저장장치인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SK머티리얼즈는 올해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세정 가스로 해외 의존도가 100%에 달했던 초고순도(순도 99.999%) 불화수소 가스 양산을 시작했다. SK실트론도 지난해 미국 듀폰사로부터 전기 자동차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인 차세대 전력 반도체용 SiC(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사업을 인수했다. SKC는 반도체 노광공정 핵심 소재로 쓰이는 블랭크 마스크 하이엔드급 제품의 국산화에 나섰다.

◇SK, 지속적인 R&D 투자로 혁신 나서

SK는 과감하고 지속적인 R&D 투자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는 2015년부터 바이오, 제약을 미래 성장 분야로 선정하고 바이오 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와 함께 주목받은 SK의 바이오 사업은 신약 연구개발과 원료 의약품 생산, 마케팅을 포괄하고 있다.

연구개발은 SK바이오팜이 담당하고 의약품 생산은 SK팜테코가 담당하는데 연구개발과 의약품 생산까지 갖춘 바이오 기업은 흔치 않다. SK가 그만큼 바이오 산업을 중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SK바이오팜은 40여만 종의 중추신경 특화 화합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2만5000종은 자체적으로 합성했다.

SK그룹은 인공지능, 모빌리티 신기술 등 미래를 주도할 혁신기술로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AI 솔루션을 통해 제조 혁신을 이끌 산업용 AI 전문회사 ‘가우스랩스’를 출범했다. 가우스랩스는 지난 8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설립한 데 이어 9월에는 한국 사무소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SK그룹은 관계사별로 다양한 AI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작년 8월 SK이천포럼에서 “AI와 DT(디지털 변혁)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고객 범위를 확장하고 고객 행복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혁신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SK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