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도전을 선언한 박철완 상무가 박 회장의 금호리조트 인수 결정을 공개 비판했다. 지난달 배당금 7배 확대를 제안하고 사내·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데 이어 잇따라 공세를 펼친 것이다. 그는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해 “2025년까지 시가총액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경영권 분쟁 이후 박 상무가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일지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은 다음 주 이사회를 열고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감시·견제할 수 있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배당을 포함한 주주 친화 정책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숙질(叔姪) 간 경영권 분쟁은 정기 주주총회를 한 달 앞두고 점점 가열되는 형국이다.

◇박철완 “금호석화 성장 위해 주주 제안”

박 상무는 보도자료에서 “금호석화의 더 큰 성장과 발전을 염원하는 임원으로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주주 제안을 하게 됐다”면서 “총체적인 기업 체질 개선을 통해 2025년까지 시가총액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6조4000억원 규모인 시총을 3배 이상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는 경영 비전 제시와 함께 박찬구 회장의 금호리조트 인수 결정을 비판했다. 23일 금호석유화학은 이사회를 열고 2553억원에 금호리조트를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박 상무는 “어떠한 사업적 연관성도 없으며 오히려 회사의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금호리조트 인수를 반대한다”면서 “금호리조트 인수와 같은 부적절한 투자 의사 결정을 견제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측은 “직원 복지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금호리조트를 인수했으며 인수가도 적정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박 상무는 앞서 지난달 말 주주 제안에서 사외이사 후보 4명을 추천하고 사내이사 후보로는 자신을 추천했다. 금호석화는 다음 달 말 정기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 1명을 새로 선임한다. 박 상무는 또 보통주 배당금을 기존 1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만1050원으로 늘려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금호석화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다음 주 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하는 이사회를 열고 명망 있는 인사들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할 계획이다. 양측 간 치열한 여론전은 금호석화 이사회 직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박 상무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모두 박 상무의 지인이나 측근이라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 제도에 부합할지 의문”이라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하는 돈을 박 상무의 제안처럼 무작정 고배당에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삼구 취업 제한 소송 새로운 변수로

현재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화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고, 박찬구 회장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지분 14.86%를 확보하고 있다. 법원이 지난 22일 박철완 상무가 회사를 상대로 낸 주주명부 열람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박 상무는 주주명부를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지분 8.16%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표 대결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양측이 지분 약 50%를 차지하는 외국인·일반투자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치열한 여론전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과거 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박찬구 회장이 법무부의 취업 제한 조치를 놓고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앞서 박 회장은 130여억원 규모의 배임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실형일 때는 5년, 집행유예는 2년간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취업할 수 있지만 법무부는 지난해 5월 박 회장의 취업을 승인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이를 취소해달라고 서울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했으나 지난주 패소했고 곧바로 항소했다. 헌법소원도 낼 예정이다.

기업 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주주 입장에서 숙질 간 싸움은 본질적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주주들의 판단 기준은 누가 기업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배당 성향, 주가 등을 높일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