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州) 주지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ITC(국제무역위원회)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 금지 조치로 조지아주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그러자 LG에너지솔루션은 조지아주에 새 공장을 짓거나 SK이노베이션 공장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ITC는 지난달 10일 “SK이노베이션이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면서 향후 10년간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배터리 완제품과 각종 부품의 미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2019년부터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당초 2022년부터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ITC 결정이 최종 확정될 경우 가동할 수 없게 된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한은 오는 4월 11일이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조지아주에 건설되는 SK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앞으로 2600명을 고용할 예정”이라며 “SK가 공장을 짓고자 투자하는 26억달러(약 2조9500억원)는 조지아주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SK가 2025년까지 공장을 확장해 고용 인원을 6000여명으로 늘릴 계획인데 ITC 결정을 대통령이 번복하지 않으면 공장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SK의 설명”이라고 했다. 켐프 주지사는 지난달 ITC 결정이 나온 직후에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었다.
같은 날 미국 조지아주 주도 애틀랜타 지역 매체인 AJ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 일자리를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AJC에 따르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0일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LG는 조지아주 주민과 근로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외부 투자자가 SK 공장을 인수한다면 LG가 파트너로 참여해 공장을 운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로 다수의 투자자와 제조업체들이 SK 공장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12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 공장 2곳 이상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었다. 업계에선 신규 공장 건립 지역으로 조지아주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지금의 사태가 SK의 부정한 기술 탈취 행위로 발생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리고, 이로 인한 조지아주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서한을 보냈다”며 “조지아주 공장 인수나 설립 문제는 아직 확정된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SK 측은 AJC에 “다른 누군가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 시설을 인수한 뒤 주요 자동차 업체가 수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LG가 미국 배터리 공급망을 독점하게 되면 중국을 따라잡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더욱 뒷걸음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양측이 치열한 로비를 펼칠 것으로 전망한다. 재계 관계자는 “ITC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이 다가오면서 조지아주 일자리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면서 “남은 기간 SK는 일자리 증발 우려를 강조하고, LG는 일자리 안정 방안을 내놓으며 공방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