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위원회의 2050년 탄소 중립 실현 시나리오가 공개되자, 산업계에서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추진 과정에서 기업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먼저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이 상용화돼야 하는데, 빨라야 2050년, 일본 철강 업계에선 2100년에나 가능하다고 본다”며 “기존 고로를 교체하는 비용도 50조~60조원이 필요한데, 업계에 그냥 따라오라고 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에너지·석유화학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탄소 저감 설비에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탄소 포집 같은 저감 기술도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 정부 목표치를 달성할 현실적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산업 부문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며 “제조업 위주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에서 무리한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일자리 감소와 국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했다.
경제 단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논평을 내고 “2050 탄소 중립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업종·규모별로 기업이 맞닥뜨린 상황과 여건이 달라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정부 시나리오 안에 포함된 수소 환원 제철 기술과 친환경 연·원료 전환 등이 2050년 내에 상용화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며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급격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정책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하고, 경제·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시나리오대로 이행되면 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니 무리한 감축보다는 여건에 맞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