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국 삼익악기 대표가 독일 자일러(Seiler) 피아노 앞에 서 있다. 삼익악기는 자일러 등 해외 피아노 브랜드를 인수해 피아노 교습생만 5000만명이 넘는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해왔다. /삼익악기

코로나 팬데믹은 국내 1위 악기 업체 삼익악기에 대형 위기를 몰고 왔다. 전체 매출에서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바이러스가 발현한 2019년 12월 무렵부터 완전히 봉쇄돼 300여 대리점이 문을 닫아야 했다. 이형국(61) 삼익악기 대표는 “중국 진출 이후 최대 위기이자 1996년 법정 관리 이후로도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중국 영업은 지난해 9월에야 정상화됐고, 2020년 영업이익은 2019년 대비 25.7% 급락했다. 하지만 삼익악기는 올해 2분기 매출 1439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을 거두며 작년의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작년 2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5%, 72.1%가 증가했다.

중국 시장이 안정된 것도 한 이유였지만,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키워온 기타 OEM(주문생산) 사업이 위기에서 빛을 발하며 큰 힘이 됐다. 40년 이상 협력해온 세계 1위 기타 브랜드 깁슨(Gibson)에 이어 지난해부터 2위 펜더(Fender) 기타도 생산을 본격화했다. 그는 “글로벌 양대 기타 브랜드를 모두 위탁 생산한다는 건 고급화·품질 향상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삼익악기 매출액·영업이익

◇중국 중·고가 피아노 시장 집중 공략

1958년 설립된 삼익악기는 1990년대 이후 수차례 큰 위기의 터널을 지나왔다. 1996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도가 났고 6년 만에 법정 관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이후엔 저출산 위기로 피아노 소비가 급감하며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

삼익악기는 생존을 위해 피아노 수강생이 5000만명에 이르는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독일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2008년 독일의 자일러(Seiler) 등 고급 피아노 브랜드를 잇따라 인수했다. 이 덕분에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출액이 2086억원에서 2654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34억원에서 277억원으로 늘었다. 그 변화를 이끌어온 주역이 2002년 삼익악기를 인수한 김종섭 현 회장과 영업본부장 출신으로 2007년 지금의 자리에 오른 이형국 대표였다.

삼익악기는 가격 2만5000위안(약 460만원) 이상의 중·고가 피아노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1년에 팔리는 고급 피아노 약 9만대 중 2만대가 삼익악기 제품이다. 고급 피아노 시장의 12~13%를 점유한 셈이다. 매출액 순위로는 중국 내 200여 피아노 업체 중 5위다. 현재 350여 곳인 중국 내 피아노 대리점 수도 내년까지 500여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2017년에는 피아노 수강생과 강사를 온라인에서 일대일로 매칭해주는 앱도 출시했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학생이 연주 영상을 찍어 올리면 삼익악기 측에서 모집한 교사가 영상을 보고 지도해주는 방식이다. ‘최고의 피아노 영업사원은 피아노 교사’라는 아이디어를 사업에 접목한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재 가입자는 1만명 정도인데, 10만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기타로 미국·유럽 시장 공략

코로나로 중국 피아노 시장에선 고전했지만, 미국·유럽·일본 등의 기타 시장에선 기회로 작용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기타 매출이 폭증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 이전 6대4였던 피아노와 기타의 매출 비율이 코로나 이후 4대6으로 역전됐다”며 “인도네시아 공장은 내년까지 기타 주문이 꽉 찼다”고 했다. 삼익악기의 인도네시아 공장은 1년에 기타 60만대, 피아노 3만5000대를 생산할 수 있다.

국내에선 온라인 시장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삼익스토어 등 인터넷 쇼핑몰을 활성화하고 쿠팡에도 삼익 전용관을 구축했다. 이 대표는 “유튜브 방송이 활성화되면서 컴퓨터 관련 음향 장비인 마이크·헤드셋·키보드 등의 판매량도 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국내 온라인 매출이 전년 상반기의 2배 가까이 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최종 목표는 삼익악기를 악기 시장에서 가장 탄탄한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5년 내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