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밤 엘림무역 오성진 대표는 인천공항에서 딸기 394㎏를 홍콩으로 실어 보냈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반년 동안 계속되는 딸기 수출 시즌의 개막이었다. 화물 전용기 안에서 냉장 상태로 공수된 딸기는 다음 날 바로 홍콩의 소비자들을 만났다. 이 딸기는 경남 진주의 재배 단지에서 10일 수확한 ‘금실’ 품종이다. 곧바로 인근 냉장 창고로 들어가 다음 날인 11일 선별과 포장이 진행됐다. 빨갛고 탐스러운 딸기는 수출용 브랜드 ‘Berry Licious’가 새겨진 플라스틱 포장 상자에 정성스레 담겼다. 마찰 때문에 과육이 손상될 우려가 있어 인천공항까지 무진동 냉장 차량이 수송을 맡는 등 수확에서 수출까지 특급 대우를 받았다.
◇계약 재배와 콜드체인으로 최상의 품질 유지
딸기는 포도와 더불어 우리 정부가 수출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집중 지원하는 ‘스타 품목’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일본산 품종이 90%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국산 품종 보급률이 94.5%에 이른다. 엘림무역은 2002년 딸기, 포도, 멜론, 배 등 과실과 채소를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전문 수출하는 법인으로 출범했다. 특히 딸기는 그해 12월 홍콩에 처음 수출하면서 20년 가까이 주력 품목이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는 약 700t, 76억원 상당의 수출을 기록했다.
현재 엘림무역은 경남 진주·사천의 3개 영농조합법인과 계약을 맺고 있다. 영농법인에는 약 50여 개 농가가 참여해 300동에 이르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를 담당한다. 딸기는 보통 파종에서 수확까지 약 100일이 걸린다. 진주에는 엘림무역 담당 직원이 상주하며 모종 관리부터 생산, 수확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수출용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당일 수확한 딸기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곧바로 저온 창고에 보관된다. 또 과육의 크기나 상태를 기준으로 1차 선별을 하고, 마지막 포장을 하기 전에 2차 검사로 품질과 무게를 확인한다.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당일 오전에 수확한 딸기는 예냉·선별·포장을 거쳐 그날 저녁 저온 저장 창고, 냉장 차량 등 ‘콜드체인 시스템’을 통해 공항으로 운송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
◇“맛과 향 뛰어나” 새로운 한류 스타로
딸기는 고온다습한 동남아에서는 재배나 품질 관리가 어렵다. 또 고급 과일 대접을 받아 소득수준이 높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많이 소비된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농지가 부족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지에서는 일본산이 여전히 강세지만 한국산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다른 경쟁자인 미국이나 호주산보다 당도가 높은 장점도 있다. 오 대표는 “한국산 딸기는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평판을 얻고 있으며, 모양도 고른 데다 과육이 단단해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동남아 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의 도움도 톡톡히 받고 있다. 태국은 개인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한국산 딸기에 호의적 반응으로 홍보가 쉽게 전파된다. 한국산은 자국산 딸기에 비해 맛과 향이 뛰어나기 때문에 소비가 늘고 있다. 한류의 정점에 있는 베트남은 아직 중산층이 소비하기에는 가격이 부담이 되지만 상위 계층 및 선물용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홍콩·싱가포르에 이어 동남아 시장 확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딸기는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15%의 꾸준한 수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량은 생산량과 비교해 많지 않지만 조금씩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성장 잠재력이 커 과일 한류 시장의 선두 주자로 꼽힐 정도의 품목이 됐다. 이른바 ‘신남방 국가’인 베트남, 태국 등지로 수출이 늘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 위축과 항공편 감소에도 불구하고 선방을 했다.
이 같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국내 생산 농가들은 11월 하순부터는 거의 매일 수확과 수출에 나서고 있다. 약 6개월 동안 하나하나 사람의 손으로 수확과 선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 고용이나 지역경제에도 기여한다. 특히 정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치단체에서 두루 딸기를 수출 유망 품목으로 지정해 꾸준한 지원과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농식품 수출액은 61억8922만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실적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2%가 증가했다. 특히 딸기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수출액이 4907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3935만달러)보다 24.7%가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농식품부는 “4분기는 딸기·포도·배 등 신선 농산물이 본격적으로 수출되는 시기이므로 물류부터 판매까지 관계기관과 협업을 통해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기획 : 조선일보·농림축산식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