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지난해 10월부터 제철소 내에서 자전거 이용을 금지했다. 한 직원이 포항제철소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다 트럭에 치여 숨지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포항제철소 내에서 근로자들은 자전거·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해왔지만 포스코는 사고 예방을 위해 개인 이동 수단을 전면 금지했다. 지금은 순회버스나 회사에서 운영하는 업무용 택시 등을 이용해야 한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회사 측은 엄격한 안전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가 용역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 및 보건 활동을 지원하는 '찾아가는 안전버스'를 운영한다고 지난 2021년 11월 11일 밝혔다. 사진은 찾아가는 안전버스 외부 모습. /포스코

또한 이 회사는 주요 부서 간부급 이상 임직원들에게 매일 비상연락망을 통해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수시로 알리고 있다. 발목 염좌, 손가락 찰과상, 어지럼증 등 중대 재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경미한 사고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알리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매일 오전 8시 전국 모든 공장의 주요 임원과 팀장들이 안전 관련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전날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 사례를 공유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회의다. 이 회사 관계자는 “6개월 이상 한 가지 주제로 매일 회의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사고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사 성장을 위해 고민할 시간도 부족한데, 중대재해법의 안전 의무 규정이 명확치 않다보니 기업들이 안전 조치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정말 별짓을 다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를 위한 사고 예방 조치를 하려다 오히려 근로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한 대형 조선사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한 대응에 나서기 위해 조선소 내 CC(폐쇄회로)TV를 촘촘하게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노조는 근로자의 작업을 감시한다는 이유로 일부 설치에만 동의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노조 입장도 이해가 된다”면서도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싶어도 노조와 일일이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