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으면 저들(파업 노조)에게 잡아먹힐 것입니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만난 김슬기(32)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는 ‘우리는 일하고 싶다’는 어깨띠를 두르고 있었다. 그는 이날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의 장기 파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3일에 이어 두 번째다. 150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은 김 대표와 같은 어깨띠를 두르거나 ‘우리는 파업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태업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수원에서 CJ대한통운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 대표는 시위에 나선 이유에 대해 “택배노조의 갑질로 기사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택배노조는 택배기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택배노조원들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비노조 기사의 차량 열쇠를 숨기거나 차 앞을 막아서며 업무를 방해한다”며 “작년 세 차례 파업 때 참았던 비노조 택배기사들이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일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를 중심으로 파업에 반대하는 비노조 기사들은 지난달 10일 비노조택배연합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월 800만~900만원을 벌었는데, 파업 때문에 거래처들이 다른 택배사로 돌아서면서 나를 포함한 기사들의 월수입이 평균 200만원 이상 줄었다”고 했다. 현재 비노조택배연합 가입자는 파업 참가 노조원(1500여 명)보다 2배 이상 많은 3800명에 이른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경기 김포 택배 대리점주가 노조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안타까운 선택을 한 이후 비노조택배 설립에 나섰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뜻을 함께할 택배기사들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SNS에 ‘죽이겠다’는 협박성 글이 매일 쏟아졌다”고 한다. 몇 개월이 지나도록 가입자는 100명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 말 시작된 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생계에 타격을 입은 택배기사가 늘어나면서 올해 초 2주 만에 가입자가 2000명을 돌파했다. 지금은 3800명에 달한다고 했다. 김씨는 “파업에 참가한 대한통운 노조원의 두 배 넘는 인원이 이들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껏 소수의 꾼들이 진짜 노동자들의 의견을 왜곡했다”고 했다.
대한통운 택배기사의 평균 연소득은 8518만원(각종 비용을 제한 순소득은 6489만원)이다. 통상 전체 택배비의 50%가 택배기사에게 수수료로 배분되고, 택배비가 인상되면 택배기사 몫 수수료도 늘어나는 구조다. 김 대표는 택배기사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이유에 대해 “불법을 자행해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택배노조는 2017년 공식 설립됐고 대한통운 지부의 경우 2018년만 해도 가입자가 400명 정도에 불과했는데 이들의 무법 행동이 용인되면서 세력이 급속도로 커졌다”고 했다. 그는 “노조의 압박과 따돌림에 못 이겨 가입한 사람이 상당수이고 대리점주 눈치 보지 않고 갑질 하면서 일하고 싶어 가입한 사람도 많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김포 대리점주가 숨졌을 때 유튜브 방송에 나가서 대리점주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했다는 후회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더 이상 선량한 택배기사들이 노조로 인해 피해 입는 모습을 볼 수 없어 행동에 나섰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10일 파업 반대 성명을 발표하러 갔다가, 택배노조원들이 망치로 유리를 깨고 본사에 진입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과격 시위를 하는 노조들에게 맞서는 것이 두렵지만 나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회사가 테러범에게 점령당한 상황”이라면서 “싸우지 않으면 저들에게 잡아먹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