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제품은 러시아 수출이 가능할까요?” “나중에 대금 받는 건 문제가 없을까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이 수도 키예프 중심부에서 러시아군의 진군에 대비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되자,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한국무역협회 등에는 기업들의 문의가 온종일 쏟아졌다. 미국 정부가 24일(현지 시각) 반도체·정보통신 등 7분야 57품목에 대해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고 미국 기술을 사용한 부품 수출도 막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러시아 현지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 등의 경영진은 비상 대책회의를 잇달아 열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이들은 “현지 공장 가동에는 당장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제재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장기화하면 공장 셧다운까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특히 해당 기업뿐 아니라 우리 정부도 어떤 제품이 미국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경영 일선에서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수출이 불가능한 품목이 명확하지 않아 미국 측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對)러시아·우크라이나 교역 4대 품목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 20만 대 차량을 생산하는 현대차·기아는 미국 제재로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짜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러시아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약 3조원), 자동차 부품(약 1조8000억원)은 42%를 차지하며 수출액 1·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 중이다. 이들 기업은 미국 제재 대상 품목을 정확하게 파악하느라 해외 대관 라인을 온종일 풀가동하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미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이 적용된 전자 제품 수출이 금지되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30%로 1위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과거 크림반도 병합에 따른 제재 당시에도 미국 측 규정이 모호해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생산·판매 의사 결정에 어려움이 컸다”며 “일단 소비재는 예외라고 하더라도 현지 공장 가동에 필요한 부품이나 모듈 등은 미국의 승인이 필요할 수 있어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