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올해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다. 문 정부는 작년 12월 말 전기요금 10.6% 인상을 발표하면서 시기는 대선 직후인 4월과 10월 두 차례 나눠 올리겠다고 했다. 작년 한전의 영업 손실이 5조원대를 기록하는 등 적자가 커지자 인상을 발표하면서도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은 차기 정부에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 “대선 직후에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는 계획은 탈원전 정책 실패의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며 “코로나 위기 동안 전기요금을 동결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당선자의 말처럼 전기요금 동결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한전은 이미 계획한 올해 10.6% 인상과 별도로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2분기(4~6월) 전기요금을 분기 최대 인상 한도인 kWh(킬로와트시)당 3원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원유·천연가스 등 연료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무리하게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물가 안정을 핑계로 전기요금을 동결해온 탓에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 올해 적자 규모는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 동결로 쌓이게 될 한전 적자와 이자 비용은 국민 전체 부담으로 이어진다.

또 증시에 상장된 한전 이사회가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스스로 번복한다면 주주에 대한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요금 조정은 한전 이사회가 결정하는 약관 변경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이 관련 공약을 재검토해서 신중히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가계와 자영업자들에 부담 되더라도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게 시장경제 원칙에 맞는다는 것이다. 조환익 전 한전 사장은 “배임 문제가 있어 이미 인상하기로 한 약관을 다시 백지화하는 결정을 이사회에서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인상은 그대로 하되 타격이 예상되는 취약 계층과 영세 중소기업 등에는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캠프 내부에서도 “공약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