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욱 산업부 장관이 18일 “건설 중인 원전 4기는 빠르게 완공해 달라”고 말했다. 경북 울진의 신한울 1호기를 점검하는 현장에서였다. 탈원전 기조에 충실했던 그동안의 기조를 뒤집는 발언이다.
문 장관은 이날 강원 삼척의 한국가스공사 LNG 기지와 경북 울진 한울원전본부를 차례로 찾았다. 대형 산불이 휩쓴 이들 지역의 시설 안전 관리 실태를 점검하는 차원이었다. 원전 관련 발언은 신한울 1호기의 시운전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문 장관은 “운영 중인 원전 24기는 충분히 활용하고 건설 중인 원전은 높아진 안전 기준을 충족하면서 속도감 있게 완공해달라”고 했다. 신한울 1호기는 당초 이번 달 상업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하반기로 미뤄진 상태다.
문 장관이 언급한 건설 중인 원전 4기는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를 말한다. 신한울 1·2호기는 2017~2018년 상업 운전을 시작할 계획이었고, 신고리 5·6호기도 지난해와 올해 가동에 들어가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신한울 1호기는 올해 하반기로, 2호기는 내년 3월로 가동이 미뤄졌다. 신고리 5·6호기도 2024~2025년으로 완공이 늦춰졌다.
작년 5월 취임한 문 장관은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충실하게 대변해왔다. 지난해 5월 장관 인사 청문회 때는 “원전은 온실가스 감축에는 장점이 있으나 국민 수용성 등을 고려할 때 탄소 중립을 위한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1월 말 신년 기자 간담회에선 “국내 사용 후 핵연료와 고준위 폐기물 처리 문제가 구체적으로 해결되기 전까지는 원전을 더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현 정부 입장”이라고도 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제대로 된 현실 인식 없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던 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연료 가격이 치솟자 뒤늦게 원전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