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훈련동. 객실 승무원들이 4명씩 조를 이뤄 A350, A330, B767 같은 다양한 비행기의 비상 탈출문 앞에 나란히 섰다. 교관은 “갑자기 문을 열면 기압차 때문에 달려나갈 수 있으니 위쪽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은 약 1년 6개월 만에 오프라인에서 재개된 것이다. 아시아나는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정부 지침에 따라 온라인 안전 훈련만 진행했는데, 최근 국제선 운항이 본격 재개되면서 지난 9일부터 오프라인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휴직 기간 훈련을 받지 못했다는 승무원 이영희씨는 “오랜만에 현장에서 안전 훈련을 받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곧 예전처럼 전 세계를 누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항공사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면서 대규모 휴직·휴업에 들어갔던 승무원들도 속속 업무 복귀 준비에 돌입했다. 돌아온 승무원들이 쉬는 동안 바뀐 비행기 기종, 서비스 수칙을 숙지하기 위해 교육을 받으면서 각 항공사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코로나로 국제선 하늘길이 막히자 항공사마다 70~80%에 달하는 승무원이 업무 현장을 떠났는데, 항공편이 늘면서 본격적인 현업 복귀가 시작된 것이다.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안전훈련 교육장에서 객실 승무원들이 비상탈출 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코로나 방역 조치 완화로 1년 6개월여 만에 오프라인에서 재개된 것이다. 최근 국제선 운항이 재개되면서 승무원들은 비행 복귀 준비에 나서고 있다. /남강호 기자

◇비행기 종류, 바뀐 기내식 서비스 새로 공부한다

아시아나는 이달부터 비상 훈련뿐 아니라 항공기종 교육도 진행한다. 승무원들이 휴직·휴업한 기간 새로 도입된 기종들에 대해 기내 구조와 안전 수칙을 가르치는 것이다. 대한항공도 이달 말부터 6월 근무 복귀 예정인 승무원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안전·서비스 교육을 재개한다. 한 대한항공 국제선 승무원은 “올 초 근무했을 때엔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복귀해보니 기내식을 선택형으로 제공하도록 바뀌었더라”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승무원들끼리도 출발 전 철저히 서비스 변경 사항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승무원들의 휴업 기간도 짧아지는 추세다. 최대 80%에 육박했던 대한항공 휴업 승무원 비율은 최근 60~70% 선으로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4개월 휴업 후 1개월 근무’와 같은 근무 체제도 ‘2개월 휴업 후 1개월 근무’ ‘격월 근무’ 등으로 줄었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항공업계 정상화 움직임에 발맞춰 휴직자들의 복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심하긴 이르다…아직 부족한 항공편에 각종 규제까지

항공사들은 그러나 “휴업 승무원들을 전면 복귀시킬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한다. 당장은 코로나 확산세가 잦아들어 방역 수칙이 완화되고 있지만, 새로운 돌연변이의 출현 같은 악재가 생길지 모르는 탓이다.

승무원 전원이 일선 현장에 복귀하기엔 아직 국제선 운항 재개 비율이 턱없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 국내 주요 항공사가 유럽 노선을 확대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0~20%선에 그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 비율을 코로나 이전 대비 50% 정도까지 높일 것이라고 했다”며 “바꿔 말하면 승무원이 많이 돌아와 봐야 50% 정도라는 얘기”라고 했다.

항공업계는 코로나가 남긴 각종 규제가 풀려야 해외여행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한다. 심야 시간 항공기 운항 통제,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제한 같은 규제가 여전히 적용되고 있어 국제선 운항을 대폭 늘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 여행객의 경우 출·입국 때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도 큰 부담 요인이다. 4인 가족의 경우 비용이 100만원가량 든다.

항공사 관계자는 “운항 횟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항공권 값도 고공행진 중”이라며 “이미 유명무실해진 PCR 검사를 폐지해야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