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13일부터 포항제철소 선재·냉연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은 화물연대 파업 탓에 출하하지 못한 철강 제품이 쌓이고 쌓여 공장 내에 더 이상 적재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외부 요인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선재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그동안 제철소 내 주차장·도로에까지 쌓았는데 더 이상 공간이 없어서 1~4선재 공장 전체를 모두 가동 중단했다”면서 “2냉연공장 또한 적재 공간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산업계 셧다운 공포 확산

포항제철소는 이번 공장 가동 중단으로 하루 7500t의 선재 제품과 4500t의 냉연 제품 생산이 중단됐다. 파업이 이대로 계속되면 며칠 안에 열연·후판 공장 가동도 중단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고로(용광로)까지 멈출 수 있다. 광양제철소도 안심할 수 없다. 광양제철소는 포항제철소보다 수출 물량이 많고 적재 공간에 여유가 있어서 아직은 공장 가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곳 적재 공간도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사태가 계속되면 가동 중단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현대제철도 이번 주가 고비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주 안에 사태 해결이 안 되면 냉연 공장을 비롯해서 제철소 내 공장 가동을 차례로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소 공급 안돼서… 수소버스도 일부 중단 - 13일 서울 강동공영차고지에 운행이 중단된 수소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소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버스 일부가 운행을 멈췄다. /김지호 기자

철강재 생산이 중단되면서 산업계 전체로 셧다운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포스코가 생산을 중단한 선재의 경우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자동차용 서스펜션으로도 쓰인다. 이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자동차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역시 생산이 중단된 냉연 제품은 가전 제품과 고급 건자재용 소재로 쓰이기 때문에 관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이번 주 중·후반까지 운송 거부가 이어지면 가전 생산라인을 멈춰야 한다”면서 “수십만개의 가전 부품 조달이 이미 끊긴 데다 완성품 재고를 쌓아둘 곳도 없다”고 말했다.

◇물류 차질 피해 눈덩이처럼 커져

시멘트·레미콘 출하가 중단되면서 대형 건설사의 공사도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평소 대비 시멘트 출하량은 90% 이상 감소한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국의 현장 중 절반 정도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돼 나중에 할 작업을 앞당겨 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파업 종료 후 레미콘·시멘트 물량을 우선 배정받기 위한 협의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재고를 쌓을 곳이 부족해지는 다음 주에는 소성로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시멘트를 만들려면 고온(1350~2000도)의 소성로에서 반제품부터 만들어야 한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소성로를 한번 세우면 재가동까지 최소 3~5일이 걸린다”면서 “파업이 해결되더라도 즉각 시멘트를 생산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도 화학단지 내 저장시설과 야적장에 빈 공간을 찾기 어려운 처지다. 산업부에 따르면 석유화학업계의 피해 규모는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석유화학업체들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시중 음식점에서는 소주와 맥주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를 포함한 주요 주류업체들의 지난 주말 제품 출고율은 평소 대비 20~30%대에 그쳤다. 주류업체들은 물류 정상화를 위해 임시 운송차량을 투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편의점 업체(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들은 아예 자사 물류 차량을 소주 공장으로 보내 직접 운송하고 있다.

김용춘 전경련 고용정책팀장은 “화물연대가 주요 생산시설의 길목을 차단하면서 국내 물류망이 꽉 막힌 동맥경화 현상이 벌어졌고, 인체의 장기에 해당하는 핵심 공장까지 멈추기 시작했다”면서 “국내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추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우체국 택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우본)와의 임금교섭 결렬을 이유로 오는 18일 파업을 예고했다. 우체국 택배노조는 일반 우체부가 아니라 소포 위탁 계약 배달원들이 조합원이다. 전체 3800명 중 약 2500명이 노조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조가 실시한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 70%로 파업이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