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의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성된 동박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롯데그룹이 동박(銅箔·copper foil) 제조업체 일진 머티리얼즈 인수에 사실상 성공했다. 동박은 2차 전지 음극재를 코팅하는 데 사용하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다.

롯데케미칼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부문 자회사인 롯데배터리머티리얼즈USA(LBM)에 2750억원을 증자한다고 공시했다. 롯데케미칼은 공시에서 “LBM이 추진 중인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에 필요한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LBM은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계약금이나 수수료 등 초기 인수 과정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6월 말 배터리소재 사업 추진을 위해 1조283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 LBM을 설립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급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잇따라 공장을 세우는 북미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이사회 의장은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매각하기로 하고 지난달 19일 본입찰을 진행했다. 롯데케미칼 외에 사모펀드들도 참여했지만, 이차전지 소재와 수소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롯데 측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인수 주체 등 막바지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협의가 마무리되면 다음 달 초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인수 금액이 2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그룹은 1988년 PCB용 동박을 최초로 국산화하고, 2001년에는 이차전지용 동박 상용화에도 성공하며 동박 사업을 확대해왔다. 최근 이차전지 시장이 커지면서 커지는 투자비 규모에 부담을 느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익산공장과 말레이시아 공장을 합쳐 생산 규모는 연 6만t에 이른다. 내년 말까지 8만t으로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