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첨단 기술 해외 유출의 루프홀(loop hole·규제 구멍)로 꼽혔던 대학·연구기관에 대한 보안이 대폭 강화된다. 연구자가 해외 자금을 지원받으면 내용을 신고해야 하고, 외국인이 첨단 기술 연구에 접근하려면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정원과 연구 기술 보안을 전담할 조직을 신설하고, 법무부는 해외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양형 기준을 높인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법무부 등 정부 부처는 지난 25일 열린 국회 첨단산업특위에서 이 같은 기술 유출 방지 및 기술 보호 대책을 국회에 보고했다. 정부에 따르면 산업 기술의 국외 유출 적발 건수는 2017~2022년 6년간 총 117건, 피해 예상액은 26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 핵심 기술 유출 건수는 2018년 이후에만 총 36건에 이른다.
과기정통부는 국정원과 협의해 전담 조직 신설에도 나선다. 전담 조직은 연구 기술 보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연구자 대상 보안 가이드라인 마련과 실태 조사·점검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명확한 규정은 연구자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일정 금액 이상의 국가 R&D 신청 때 해외 기관으로부터 자금 등 수혜 현황을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건이나 해외와 비교해 지나치게 관대한 양형 기준도 높이기로 했다. 일반 형사 사건의 무죄율이 1% 수준인 것과 달리 최근 4년간 기술 유출 관련 무죄율은 19.3%에 달한다. 우리는 기술을 국외 유출했을 때 가중 처벌을 받더라도 형량이 징역 2~6년에 그치지만, 미국은 우리나라 국외 기술 유출 사건의 평균 피해액 233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징역 10~21년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