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8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엔화 환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투자나 일본 여행을 목적으로 엔화 값이 쌀 때 돈을 미리 바꿔두려는 이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4대 은행의 엔화 매도액은 301억6700만엔(약 2730억원)으로 4월(228억3900만엔)보다 32%(73억2800만엔) 늘었다. 지난해 5월(62억8500만엔)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엔화 매도액은 은행이 고객의 요구로 원화를 받고 엔화를 내준(매도) 금액을 의미한다. 4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도 지난달 말 6978억5900만엔(약 6조3200억원)에서 지난 15일 기준 8109억7400만엔(약 7조3440억원)으로 보름 만에 16%(1131억1400만엔) 불었다. 지난해 6월 말 잔액(5862억3000만엔)과 비교하면 38%나 많다.
엔화 환전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최근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2015년 이후 8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원화 가치 상승)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100엔당 원화 환율은 지난 16일 903.82원까지 하락했다. 지난 4월 6일 기록한 연고점(1003.61원)보다 9.9%나 낮다. 시장에서는 100엔당 원화 환율이 2015년 4월 이후 8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900원 선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가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돈을 바꿔두려는 고객들이 줄을 잇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엔화 가치가 다시 오르면 환차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은행의 확장적 통화 정책 기조, 일본의 무역 적자 문제 등을 감안하면 엔화 약세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며 “단기간 내 환차익을 보려고 하거나 너무 많은 돈을 현 시점에 환전하는 것은 적지 않은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