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전기 요금 ‘수퍼유저’가 전년의 3분의 2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퍼유저란 한여름과 한겨울에 요금 걱정 없이 냉·난방기를 펑펑 쓰는 전기 소비자를 말한다. 평소 월평균 사용량(332kWh)을 쓰는 4인 가구가 거실에 두는 스탠드형 에어컨(소비전력 1.8kW)을 여름철에 밤낮없이, 날이 좋든 궂든 하루 12시간씩 한 달 내내 돌려야 ‘수퍼유저’에 들 수 있다. 한전은 전력 성수기인 7~8월과 12~2월, 이 같은 전기 과소비를 막기 위해 한 달에 1000kWh(킬로와트시)를 기준으로 수퍼유저 요금을 부과하는데, 지난해 여름을 앞두고 전기 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수퍼유저 숫자가 줄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작년 여름 이후 1년 사이 20%가량 요금이 오르면서 올해도 ‘수퍼유저’가 줄어들지 주목된다.
13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 달간 1000kWh를 넘게 전기를 사용한 ‘수퍼유저’는 모두 3만4834가구로 집계됐다. 2021년 5만4415가구에 비해 36% 줄어든 수치다. 상대적으로 선선했던 날씨와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영향도 있겠지만, 전기 요금이 가파르게 오른 효과가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주택용 전기 요금은 2021년 1분기 kWh당 3원 인하한 뒤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 그해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4.9원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전기 요금은 작년 여름 이후에도 28.5원(20.8%) 인상됐다.
‘수퍼유저’ 요금 적용을 시작하는 1001kWh를 쓴다면 한 달에 약 30만원을 내야 하고, 두 배 수준인 2000kWh를 쓴다면 네 배 가까운 약 115만원을 내야 한다. 1000kWh를 초과하는 순간부터 요금 상승 폭이 가파르다 보니 월 1000kWh 초반을 썼던 가구 중 상당수가 수퍼유저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2021년 1분기 전기 요금을 3원 인하하고 유지하자 그해 수퍼유저는 2020년(1만1502가구)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나며 5만 가구를 넘어섰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전기 요금에 둔감하다는 고소득층이라도 가파른 요금 인상에는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