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부산 엑스포 유치는 아쉬움 속에 실패했다. 지난해 5월 말 유치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1년 6개월 동안 치열하게 경쟁을 펼쳤으나 끝내 사우디아라비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유치 실패 소식이 전해진 후 유치위 관계자들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며 서로를 위로했다.
◇마지막 PT, 박형준 시장이 열고 반기문 총장이 닫고
한국은 마지막 PT 후에도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약 20분간 영어로 진행된 PT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 박형준 부산 시장,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 대사 등 총 5명이 출연해 큰 호응을 얻었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부산 시민과 한국 국민의 열정적 발자취를 담은 ‘부산 갈매기의 꿈’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해, 박 시장이 무대에 올라 부산이 가진 다양한 매력을 설명했다.
나승연 홍보대사는 ‘자연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삶’ ‘인류를 위한 기술’ ‘배려와 나눔의 솔루션 플랫폼’이란 부산 엑스포의 비전과 주제를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이 뒤를 이어 133개 국가 400개 이상의 도전 과제에 한국 기업들이 함께 해결책을 찾아갈 것임을 강조했다. 한 총리는 “부산 엑스포는 전 인류가 연대하는 엑스포”라며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를 약속했다. 그는 프랑스어로도 이 내용을 설명했다.
PT의 하이라이트는 한국전쟁 참전 노병과 참전 용사 손녀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 영상이었다. 70여 년의 세월, 세대를 건너뛴 ‘인류애’의 스토리에 BIE 총회에 모인 각국 대표단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반기문 전 총장은 “대한민국이 희망의 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과 같은 전 세계인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그 도움을 이제 되갚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택은 하나뿐”이라고 손가락으로 ‘1번’을 강조했다. 한국의 투표 기호인 ‘1번’을 꼭 찍어 달라는 의미였다.
◇아쉽지만… 마지막까지 최선 다했다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킨 한덕수 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은 투표 직전인 28일(현지 시각) 점심 시간까지도 긴장을 놓지 않고 파리에서 교섭 활동을 이어갔다. 총회장 로비에선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서로 모여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주요 기업 관계자들도 남아 마지막 유치전을 함께했다. 민관 유치위는 BIE 총회장에 식사 공간이 없다는 점에 착안, 인근 한 카페를 빌려 BIE 회원국 대사들이 식사를 할 수 있게 하고, 이곳에서 마지막까지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최태원·정의선 회장 등 기업인들은 전날인 27일엔 한덕수 총리 주재 오찬, 세르비아의 2027 엑스포 유치 축하 만찬에 참석해 교섭 활동을 했고, 중간에 비는 시간에도 수차례 개별 미팅을 가졌다. 이들은 이날 만찬 후 BIE 대사 20여 명을 우리 측 파리 본부인 ‘메종 드 부산’에 초청해 ‘2차’를 갖고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재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들은 182개에 달하는 BIE 회원국 대사를 모두 만났다. 만난 사람은 3400여 명에 달한다. 최태원 회장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50여 국 출장을 다녀왔고, 정의선 회장이 방문한 국가도 20국이 넘는다. 기업인들은 가는 데에만 하루가 걸리는 중남미, 카리브해, 아프리카 출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중남미의 트리니다드토바고라는 나라는 최근 밀린 회비를 내서 BIE 회원국에 재편입됐는데, 되자마자 우리가 찾아갔다”며 “열 번을 만난 나라도 있다”고 말했다.
피 말리는 유치전 속에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지만, 결국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다. 이날 기업인들은 서로를 토닥이며 “끝까지 후회 없이 잘 싸웠다. 깨끗하게 승복하자”며 서로를 위로했다고 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사우디 사람들로 보이는 10명이 최태원 회장을 따라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사진을 찍어갔다”며 “이번 유치전은 우리끼리 ‘방석 뒤집기’라고 부를 정도로 마지막까지 치열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2차 투표에서 우리 지지하겠다 했던 나라들이 사우디 공세에 입장이 바뀌고, 사우디를 지지했던 나라들이 우리 편으로 돌아서기도 했다”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승부에서 한 표도 포기하지 않았지만, 결국 고배를 마시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