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수박은 작을수록 더 좋다’는 얘기가 나온다. 클수록 당도가 높다는 기존 상식을 뒤집는 것이다. 실제로 9~10kg짜리 대형 수박보다 5~6kg짜리 수박이 더 잘 팔린다. 해마다 급증하는 1~2인 가구 사이에서 ‘큰 수박 사서 남기느니, 저렴한 수박을 사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작은 수박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9일 이마트에 따르면, 5월부터 6월 첫 주까지 판매된 수박 매출 중 소형(6kg 미만)이 차지하는 비율이 46.4%로 가장 많았다. 대형(9kg 이상) 수박 매출은 전체의 11.2%에 그쳤다. 소형 수박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 넘게 늘었다. 홈플러스에서도 5월까지 5kg 이하 수박 매출이 전년 대비 42%나 증가했고, 롯데마트에서는 900g짜리 애플수박이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대가족이 모여 커다란 수박 한 통을 쪼개서 먹는 모습은 이제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서울에서 혼자 사는 정모(30)씨는 “수박 한 통을 혼자 다 먹을 수 없고, 보관하기도 어려워 작은 수박이나 아예 조각 수박을 산다”고 했다. 남편과 둘이 사는 황모(29)씨는 “큰맘 먹고 대형 수박을 한 통 사면, 냉장고에서 보름 넘게 보관하다가 결국 일부는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작은 수박을 선호하는 건 수박 재배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기온과 일조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5~6kg 소형 수박을 수확하는 데까지는 90일이면 되는데 9kg 이상 대형 수박은 120일 정도 걸린다. 수박을 키우는 동안 들어가는 인건비와 비료 등의 비용 지출을 따지면, 판매 가격은 다소 낮지만 작은 수박을 키워 신속히 시장에 출하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농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 농민은 “수박을 더 크게 키우려고 출하를 미루다가 장마가 겹치면 수박의 당도가 떨어지고, 수박을 찾는 사람도 줄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했다.
운송 비용 측면에서도 작은 수박이 유리하다. 둥근 수박은 박스처럼 차곡차곡 쌓을 수 없어 큰 수박일수록 적재함에 비는 공간도 늘기 때문이다. 수박은 보통 500kg 단위 팔레트로 운송하는데, 한 팔레트에 9kg 이상 수박은 약 55통 정도 담지만, 6kg 미만 수박은 80~100통까지 담을 수 있다고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큰 수박이 물류비도 40%가량 더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