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경북 포항 북구의 철근 제조 업체 화진철강 사무실에서 김병수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공장 내 13개 가열로를 모두 친환경 설비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김동환 기자

“철강업 경기가 좋지 않으니 ‘친환경 설비’에 큰 투자를 할 때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투자 이후 에너지 비용이 크게 절약돼 환경은 물론 회사에도 윈윈(win-win)이었습니다.”

지난달 25일 경북 포항에서 만난 김병수(56) 화진철강 대표는 공장에 설치된 ‘친환경 버너’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버너는 철근을 압연(rolling)하기 전 고온으로 가열하는 공정에 쓰이는 친환경 저탄소 연소 시스템이다. 기존 가열로(加熱爐)보다 대기오염 물질은 90% 이상, 에너지 비용은 40% 정도 줄여주는 설비다. 김 대표는 지난 2022년 ‘에코플레임’이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버너를 한 대 설치해 1년여간 탄소 배출 감소와 에너지 비용 절약 효과를 확인했다. 그리고 작년 7월 약 40억원을 들여 포항 공장에서 쓰던 버너 13개를 모두 친환경 버너로 교체했다.

친환경 버너는 연소 때 필요한 산소를 공기가 아니라 물에서 얻어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설비는 경유나 벙커C유가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합쳐져 연소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과정에서 유해 물질인 녹스(질소산화물)가 다량 배출됐다. 그러나 친환경 버너는 버너 내부로 기름과 함께 물을 주입해 연소 과정에서 물에 있는 산소를 사용해 대기오염 물질을 기존 버너 대비 90% 이상 줄였다. 또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값싸고 친환경적인 열분해유를 활용해 연료비도 기존의 40% 가까이 줄였다. 김 대표는 “규모가 작고 열악한 공장이나 중소기업일지라도 ‘탄소 중립’은 모두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위기 때마다 과감한 투자를 하며 회사를 키웠다. 1994년 철강제품 유통업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IMF가 닥치자, 경매로 나온 철근 제조공장을 매입해 사업을 키웠다. 금융위기로 기업들이 위축됐던 2009년엔 제조설비를 추가 매입해 생산량을 기존의 1.5배로 늘렸다. 이 덕에 화진철강은 불경기 속에서도 연매출 2000억원(계열사 포함)을 달성했다. 그는 “회사를 키우는 데에 ’퍼스트팽귄’(도전자) 기질이 중요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위기에 위축되기보단 더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