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코이카 주관으로 열린 ‘2024 개발협력 참여전략 설명회’에서 장원삼 코이카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코이카 제공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코이카 주관으로 열린 ‘2024 개발협력 참여전략 설명회’에서 장원삼 코이카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코이카 제공

전북 전주시에 있는 생명과학 전문 기업 티엔티리써치는 축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은 2022년부터 키르기스스탄에 진출해 축산물 이력제 고도화, 종축 개량을 주관하는 기술을 인정받았고, 다양한 국제기구, 현지 정부 인사들과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강원 춘천시에 있는 방사선 장치 제조 업체 레메디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진출해 휴대용 X-Ray 패키지 ‘REMEX-KA6′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회사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현지에서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까지 27세트의 패키지를 판매하면서 약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 기업이 이 같은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이 있었다. 비수도권에 있는 두 기업 모두 코이카의 공적 개발 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ODA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복지 향상을 위해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ODA, ‘12조 달러의 블루오션’

최근 글로벌 ODA 사업은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 이 중에서도 특히 기후변화, 성 평등, 빈곤 퇴치 등에 집중되고 있다. 또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게 돕는 기술 혁신과 인력 육성을 지원하는 사업도 활발하다. 이 같은 사업을 위해 민간 기업의 참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민간 기업은 기술 혁신, 자금 조달, 전문성 제공 등 다양한 측면에서 ODA 사업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민간 기업은 기술 혁신에 강점이 있어,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도 ODA 사업은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에 뛰어들 수 있는 매력적인 ‘블루오션’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함과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국제 네트워크까지 확대할 수 있다. 코이카는 기술은 있지만, 정보가 부족한 비수도권 기업들이 ODA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코이카는 지난 7월엔 부산 농심호텔에서 ‘부산 기업을 위한 해외 진출 지원 사업 설명회’를 열고 기업 관계자들에게 글로벌 ODA 참여 방법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했다. 코이카는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 탄소 감축 등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우리 민간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코이카 제공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코이카의 ODA 사업으로는 △국별 협력 사업 △혁신적 개발 협력 사업 △인도적 지원 사업 △글로벌 인재 양성 사업 등이 있다. 먼저 기업은 컨설팅 용역, 공사, 물품 공급 용역 등의 입찰 참여를 통해 ODA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코이카가 공모를 통해 신청받는 ‘혁신적 개발 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reative Technology Solution, CTS)’과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nclusive Business Solution· IBS)’ 두 가지가 있다. 이 사업에 선정되면 코이카가 지원한 사업비로 현지에서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CTS는 스타트업·사회적 기업 등의 혁신적 기술과 재원을 개도국 개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입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지능형 누수 관리 시스템 개발 업체 위플랫은 코이카의 CTS 프로그램에 참여해 인도네시아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사의 시스템을 실증하고 사업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IBS는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CSR), 공유 가치 창출(CSV) 재원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즈니스 전략을 ODA와 연계해 개도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표적 사례로 안전 진단 전문 업체 ㈜다음기술단은 베트남 꽝남성에서 노후 교량 유지 관리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해 현지 교량 안전을 높였다.

코이카는 ‘글로벌 ODA 기업진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월드뱅크(세계은행), UN(국제연합) 등 주요 해외 원조 기관 입찰에 참여하는 전략을 제공하는 등 전문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한 성공적인 계약 수주를 위해 기업의 분야와 규모, 역량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으로 지난해 해외 정부 및 기관에서 발주한 ODA 조달 계약에서 11건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국서 조달 설명회 개최... 기업 ODA 참여 견인

코이카는 비수도권 기업들에 해외 ODA 사업을 소개하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2017년부터 ‘개발협력 참여전략 설명회’를 열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렸던 개발협력 참여전략 설명회에는 전국에서 온 총 300여 명이 참여했는데, 5명 중 1명이 비수도권 기업 관계자였다.

이 외에도 코이카는 비수도권 기업의 ODA 조달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별 국제개발협력센터, 지자체와 협력해 조달 설명회도 활발히 열고 있다. 지난해 7개 지역(울산·부산·충북·광주·대전·경남·전북)에서 개최한 설명회에는 118개 기업이 참여(참석자 수 181명)했는데, 올해에는 8개 지역(울산·충북·광주·전북·경남·부산·충남·제주)에서 177개 기업이 참여(참석자 수 263명)해 50% 증가했다. 손정미 코이카 글로벌연대파트너십 본부장은 “국토 균형 발전과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비수도권 기업의 ODA 사업 참여가 필수”라며 “코이카는 더 많은 비수도권 기업이 해외 ODA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컨설팅을 통한 역량 강화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