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5일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주요 CEO(최고경영자)를 유임하며 ‘안정 속 변화’를 꾀했다. 사장 승진은 2명으로 작년(6명)보다 줄었고, 부회장 승진도 없었다. 신규 임원 선임은 75명이었다. 2023년도 신규 선임(145명)의 반 토막 수준으로, 전년(82명)에 이어 임원 감축, 비주력 계열사 매각 등을 동반한 그룹의 대대적인 ‘리밸런싱(조직개편)’ 기조를 이어갔다. SK는 연중 수시 인사로 이미 5명의 CEO를 교체한 상태다.
이번 인사는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발맞춰 미국, 중국 등 글로벌 대관(對官) 라인에 힘을 실은 것이 특징이다. SK는 부회장단을 축소하면서도, 기존에 그룹의 중국과 미국 사업을 각각 총괄했던 서진우 부회장과 유정준 부회장을 유임시키며 글로벌 시장 대응에 힘을 실었다. 또 그룹의 북미(北美) 대관 총괄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출신인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 출신의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이와 함께 그룹 계열사 전반의 국내 대관 담당 임원들을 대거 교체한 것도 주목받았다. 올해 그룹 및 최태원 회장 등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 대응에 대한 책임을 대관 조직에 물은 것으로 해석됐다.
사장 승진은 2명으로 최소화했다.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에 ‘재무통’인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이 승진, 발령됐다. SK하이닉스에서도 낸드플래시 전문가인 안현 부사장이 사장 승진과 함께 ‘개발총괄’로 선임됐다. 신규 임원(75명) 승진 규모도 줄인 가운데 3분의 2는 사업, 연구개발(R&D), 생산 등 현장과 기술 분야에 특화된 인물로 채웠다고 SK는 설명했다.
SK는 이번 인사에서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 실장을 지낸 피승호 부사장을 SK온 제조총괄로 선임한 것을 비롯해 SK실트론, SK㈜ C&C 등에도 SK하이닉스 출신 인사를 전면 배치했다. 삼성이 1등 경쟁력 확산을 이유로 삼성전자 출신을 계열사에 전면 배치하는 것과 비슷한 행보다.
그룹 지주사의 재무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 SK㈜ 재무부문장에 SK케미칼의 김기동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이 선임된 것도 주목된다. 최태원 회장이 총괄하는 SK㈜ 계열사의 CFO가 주로 가던 자리에,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총괄하는 SK디스커버리 계열사 임원이 선임되며 최 의장 라인이 보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AI)을 전면으로 내세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SK㈜는 CEO 직속으로 ‘AI혁신담당’ 조직을 만들었고, 그룹 차원의 AI R&D센터도 신설한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SK㈜에 신설된 ‘성장 지원’ 담당을 겸직하며,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선다. 이번 인사에서 조대식, 김준, 박정호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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