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단통법 폐지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그동안 통신 3사 대리점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해온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도입 10년 만에 폐지됐다.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단통법 폐지안과 폐지에 따른 후속 조치 법안들을 의결했다.

단통법은 애초 통신3사가 휴대폰 단말기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일부 이용자에게만 과도한 지원금을 지급해 이용자 간 차별을 유발한다는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됐던 법이었다. 단통법 이전만해도 통신 3사가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보조금을 뿌리면서 대리점마다 휴대폰 가격이 천양지차로 차이가 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불만이 제기됐고, 이에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과 함께 통신사들은 공시한 만큼의 보조금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통신 3사의 보조금 차별화 경쟁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단통법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일각에선 “단통법은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폰을 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없앤 호갱(호구+고객)법”이란 비판까지 나왔었다.

그래픽=김하경

단통법 폐지안은 그동안 규제해 온 공시 지원금은 물론, 유통점에서 소비자에게 추가로 제공할 수 있는 보조금의 상한(공시 지원금의 최고 15%)을 없애도록 했다. 이와 함께 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들에게는 통신 3사에서 월요금 25% 할인(선택 약정 할인)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새로 근거를 마련해 이날 함께 통과시켰다. 지원금 상한을 없애 통신사 간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휴대폰 구매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에선 보조금이 활성화되면 통신 3사들의 경쟁이 다시 벌어져 단말기 구입시 가격 인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단통법 시행으로 인해 점점 통신 3사 간 암묵적으로 치열한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단통법 이전에 주로 1000만건이 넘던 번호 이동은 단통법 첫해(2014년) 800만건대로 떨어졌고, 이후 2018년부터 500만건대로 떨어졌다. 번호 이동 경쟁이 줄어든 반면, 통신 3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4조4008억원으로 전년(4조3834억원)보다 늘면서 3년 연속 4조원을 돌파했다. “소비자들을 위한 보조금과 마케팅 비용을 줄여 결국 통신 3사가 영업이익을 늘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단통법 폐지 조치가 너무 늦어져, 이미 AI 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통신 3사가 예전과 같은 수준의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통신 3사가 이미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어 과도한 보조금이 제 살 깎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