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K방산 대표 기업 4곳의 시가총액은 지난 3일 기준 33조3542억원에 이른다. 2022년 말 13조4443억원이던 시가총액이 약 2년 새 2.5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9% 상승에 그쳤다.
자본시장에서 위상도 달라졌다. 2022년 말 이들 기업 중 시가총액 5조원을 넘는 곳은 하나도 없이 시총 순위 100위권 안팎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모두 이 기준을 넘기며 우리 경제의 주력 업종 중 하나가 됐다. 가장 규모가 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총 16조5000억원을 웃돌며 LG전자를 앞서 시총 24위까지 올랐다. 삼성SDI나 카카오(약 17조원)를 바짝 추격 중이다.
K방산이 이런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올해 국내외 불확실성과 한층 치열해진 경쟁을 넘어서야 한다. 탄핵 정국으로 국내 정치 상황이 불안한 가운데, 오는 20일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며 국제 안보 지형도 달라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방산 업계에선 단기간 성장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견제가 강해지고 있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영업이익률 10% 넘겼다
국내 주요 방산기업의 상승세는 수년간 이어진 견고한 수주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빅4의 수주 잔액은 89조683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굵직한 수출 소식이 이어졌다.
지난해 LIG넥스원은 이라크에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를 처음으로 8개 포대 수출하는 계약을 따냈다. 총 27억9000만달러 규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연장로켓 ‘천무’를 폴란드에, 대표 무기인 ‘K9′ 자주포를 루마니아에 각각 공급하기로 했다. KAI는 이라크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헬기인 ‘수리온’을 처음으로 해외 수출하는 성과도 냈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와 협상 중인 ‘K2′ 전차 2차 계약분(820대)의 공급 조건과 인도 시점을 협상 중이라, 올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런 성과들이 쌓이면서 기업 실적도 대폭 개선됐다. 6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방산 빅4의 2024년 연간 영업이익 합계는 약 2조2890억원으로 예상된다. 2022년 8685억원에서 2.6배가 됐다. 하지만 업계에서 더 주목하는 것은 영업이익률이다. 합산 이익과 매출을 기준으로 한 영업이익률 잠정치가 10.8%로 두 자릿수를 웃돈 것이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12.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 기업 고위 임원은 “저가 수주 등으로 외형적 성장을 하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통해 이익도 남기는 내실을 갖추는 구조가 생겼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출렁이는 국제 안보는 변수
이미 따놓은 계약을 통해 납품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도 K방산이 견고한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올해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국제 안보 지형의 변화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는 “독자적인 방위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하면, 앞으로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해져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작년 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유럽산 무기 비율을 현재 20%에서 2035년까지 60%로 높이고, 유럽 내 방산 거래 규모를 15%에서 2030년까지 35%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비상시 빠르게 보급이 가능한 유럽 기업들 제품을 우선 쓰겠다는 취지라, 핵심 공략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K방산 기업들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
국제 안보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공백 상태인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방위산업은 단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국가와의 외교·안보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방산 기업의 해외 판매 담당 임원은 “해외에서도 우리 국방부 등 정부 인사들이 앞으로 교체될 수 있다는 점을 안다”면서 “당장은 큰 영향이 없지만,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오래 이어질수록 해외 인사들과 교류하며 사업 기회를 만들 가능성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