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의 300인 이상 기업의 정규직 대졸 초임은 평균 5001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급여를 제외한 연간 임금 총액 기준으로 처음으로 5000만원을 돌파한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통계를 기반으로 12일 발표한 ‘우리나라 대졸 초임 분석 및 한·일 대졸 초임 비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표본 사업체(기업) 약 3만3000개를 대상으로 고용형태별 근로일수, 근로시간, 임금 등을 조사한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00인 이상 기업 대졸 정규직 초임의 정액급여와 특별급여를 합한 연 임금 총액은 5001만원으로 집계됐다. 5인 미만 사업체 정규직 대졸 초임은 2731만원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6%에 불과했다.
초과급여를 제외한 한국 대졸 정규직 신입 근로자 초임은 평균 3675만원이었다. 초과급여 포함 기준으로는 평균 3810만원이었고, 사업체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이 평균 5302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한일 대졸 초임(초과급여 제외) 수준은 모든 규모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높고 사업체 규모가 커질수록 그 차이도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 대비 대졸 초임 수준 역시 모든 규모에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높고, 대기업에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력평가 환율 기준으로 양국을 비교하면, 대졸 초임 전체 평균(10인 이상)은 우리나라가 4만5401달러, 일본이 3만4794달러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30.5% 높았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우리나라(500인 이상 사업체)가 5만7568달러, 일본(1000인 이상 기업체) 3만6466달러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57.9% 높게 나타났다.
한‧일 규모별 대졸 초임 격차는 10~99인 상용직 대졸 초임을 100으로 볼 때, 일본 대기업(1000인 이상 기업체)은 114.4에 불과했지만, 우리나라 대기업(500인 이상 사업체)은 149.3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 임금 격차가 그만큼 더 크다는 의미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가 일본보다 대·중소기업 간 대졸 초임 격차가 훨씬 큰 이유는 우리 대기업 초임이 일본보다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며 “노동시장 내 일자리 미스매치 심화,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확대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대기업의 전반적인 고임금 현상은 높은 대졸 초임에 연공형 임금체계, 노조 프리미엄까지 더해진 결과”라며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고임금은 지속 가능할 수 없으므로, 고임금 대기업은 과도한 대졸 초임 인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고 결국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임금체계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