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2위 티빙과 4위 웨이브가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두 OTT의 모회사가 웨이브에 25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티빙의 재무 담당 임원이 웨이브에 파견되는 등 재무 상황도 공유하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넷플릭스에 맞서 양사가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빙과 웨이브 로고. /티빙·웨이브

티빙의 모회사 CJ ENM은 이양기 전 티빙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최근 웨이브 CFO로 파견됐다고 16일 밝혔다. 이양기 CFO는 당초 티빙의 CFO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12월 CJ ENM으로 복귀했었다. CJ ENM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과정에서 웨이브의 재무 상황을 좀더 상세히 파악하고, 티빙과 웨이브의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기 위한 인사”라고 했다.

2023년 말부터 시작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는 지난해 말부터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11월 티빙의 모회사 CJ ENM과 웨이브의 모회사 SK스퀘어는 각각 1000억원, 1500억원을 웨이브에 투자했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웨이브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말에는 CJ ENM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임원 겸임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 심사를 통과하면 향후 동일 인물이 CFO는 물론 대표이사 등 양사의 주요 임원을 겸임할 수 있게 된다. 해당 심사 과정에는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결과가 나오기 전에 CFO를 먼저 웨이브에 파견해 재무 상태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양사 통합이 마무리되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최대 930만 명(중복 가입자 포함, 지난해 11월 기준)에 달해 국내 OTT로는 최대 규모로 올라서게 된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넷플릭스의 월간 MAU는 1137만명이다.

이처럼 양사가 합병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티빙과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국내 기업들 역시 최근 잇따라 넷플릭스와의 제휴에 나설 정도다. 웨이브 지분 19.8%를 보유한 SBS는 지난달 넷플릭스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6년간 자사 주요 콘텐츠를 공급하기로 했다. 티빙 지분 10.7%를 보유한 네이버도 지난해 11월 말 자사 멤버십의 제휴 파트너로 넷플릭스를 추가했다. 반면 티빙과의 제휴는 오는 3월부로 종료한다. 이에 따라 티빙과 웨이브 역시 빠른 시일 내에 합병을 성사시켜 콘텐츠를 늘릴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