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원전 동맹은 일단 대형 원전 건설 중심이다. 하지만 규모가 작고,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에서도 한미 간 원전 동맹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 원전 선진국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SMR에서도 향후 수출을 노리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6일(현지 시각)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요 발전원으로 SMR이 부각되며 2050년까지 용량은 40GW(기가와트)에 달할 것”이라며 “정책적 지원 등이 뒷받침되는 시나리오에서는 기존 예상보다 3배 수준인 120GW로 용량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SMR 분야 투자액도 현재 연 50억달러(7조3000억원)에서 2030년엔 250억달러까지 늘어나며 2050년까지 누적 투자액은 67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 빅테크들이 SMR에 관심을 키우는 가운데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SMR 파운드리’로 불리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 미국 주요 SMR 설계 업체에 기자재를 공급하며 설비 제작 능력에선 인정을 받고 있지만, 독자 수출을 위한 자체 모델 개발은 뒤처진 상태다. SMR에 앞서 2012년 다목적 소형 원전인 ‘스마트’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표준 설계인가를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 ‘탈원전’ 동안 올스톱되면서 지금은 선진국 대비 4년쯤 뒤처진 상태다. 해외 원전들이 허가를 마치고 건설에 들어간 것과 달리, 국내에서 개발 중인 i-SMR은 오는 2028년 인허가를 마치고 건설에 들어가 1호기가 2034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등에 적용이 가능하고, 전력 소모가 적은 국가에서도 발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좀 더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세계 SMR 시장이 점차 열리는 상황에서 해외 수출 등을 위해선 국내에서 먼저 규제를 정비하고, 하루빨리 건설과 가동을 통해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