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이후 보조 배터리를 포함한 승객이 기내에 들고 타는 수하물 관리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화재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리튬이온 보조 배터리 혹은 해당 배터리가 탑재된 전자 기기를 거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심증적 추정일 뿐 합동 감식이 끝나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여행 필수품이 된 보조 배터리는 위탁 수하물로 부치는 대신 기내에 들고 타도록 돼 있다. 용량을 초과하지 않았다면 규정 위반은 아니다. 현 규정상 용량 100Wh(와트시) 이하는 1인당 5개까지 객실 반입이 가능하고 6개 이상은 항공사 승인이 필요하다. 흔히 쓰는 10000mAh(밀리암페어시) 보조 배터리가 통상 37Wh 정도다.
전문가들은 항공 당국이 리튬 배터리 관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배터리의 용량뿐 아니라 안전 인증 여부까지 확인하고, 기내 반입 허용량도 낮추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내 선반은 구조적으로 바람이 지나는 통로이자 전선들도 배치돼 있다”면서 “기내에 반입한 배터리는 가방에서 꺼내 탑승객이 직접 휴대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고 했다.
최근 리튬 보조 배터리나 이를 탑재한 태블릿 PC, 노트북 등의 사용이 늘면서 기내 화재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 연방항공국(FAA)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내 리튬 배터리 사고는 16건이었지만 지난 2022년엔 64건으로 늘었다. 한국 역시 기내 배터리 사고가 2023년 6건, 작년 1~8월에만 5건을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 늘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에어부산은 지난달 12일에도 일본 후쿠오카행 여객기가 이륙하기 전 승객이 손에 들고 있던 보조 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회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