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과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군함을 만들 수 있는 설계·생산 능력을 보유했다고 판단했다. 그간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회사가 상세설계에 이어 1번함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방산업체에 지정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이날 두 회사를 모두 KDDX 방산업체로 지정하면서 향후 경쟁이 이어지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수의계약(단독 입찰) 또는 경쟁 입찰 방식을 택해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군함 건조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1번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진다. KDDX 개념설계는 201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두 회사는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놓고 ‘자격 논란’ 관련 소송전까지 벌이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2019년 당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서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 함정 관련 자료를 몰래 촬영해 유출한 사건이 벌어졌고, 유죄가 확정됐다. 한화오션 측은 “이 사건이 없었다면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도 달라졌을 것”이라며 “개념설계를 맡았던 한화오션도 상세설계 입찰 자격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 측은 “이미 법원과 방위사업청 판단을 받은 사안으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날 산업부가 두 회사 모두 자격을 인정하면서 향후 방위사업청이 양측 가운데 상세설계·1번함 사업을 누가 수행할지 결정하게 된다. 조선 업계에선 “KDDX 사업 착수가 이미 1년 이상 늦어져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번함 사업이 마무리돼야 이후 2~6번함, 5척 추가 사업 입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