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의 1차 시추가 실패했다. 앞서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시추 성공률 20%를 감안해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기로 한 가운데 첫 번째 시추에서는 석유·가스를 찾지 못한 것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는 유망 구조 7개 중 규모가 가장 큰 ‘대왕고래’ 구조에서 이름을 따 흔히 ‘대왕고래 프로젝트’라고 불렸다. 시추 성공률은 저류층, 근원암, 덮개암, 트랩 등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네 가지 조건의 확률을 곱해서 나온다.
정부는 6일 “동해 심해 가스전 시추 결과, 가스의 징후는 발견했으나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가치가 있는 석유·가스가 동해 영일만 심해에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하고, 탐사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자 야당 등에서는 지지율 하락세에 따른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가스 유의미한 수준 아냐”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대왕고래 구조의 경제성은 평가 시추를 진행할 수준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시추공은 원상 복구됐다. 지난해 6월 정부 발표 후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구조를 1차 시추 위치로 선정하고,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 47일간 탐사 시추를 진행했다.
시추를 통해 확보한 샘플은 전문 기관의 분석을 거쳐 5~6월에 중간 결과, 8월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석유공사는 이날 관련 기술력이 있는 해외 기관과 2월 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덮개암, 저류층, 공극률 등이 사전 예측보다 양호하다. 나머지 유망 구조 6개는 조금 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계획대로 추가 탐사 시추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시추공 하나에 1000억원가량이 드는 상황에서 향후 자금 확보는 변수로 꼽힌다. 앞서 국회가 올해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석유공사는 회사채를 발행해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정부와 석유공사는 추가 시추를 위한 해외 기업 대상 투자 유치 절차를 3월부터 시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앞서 투자 유치를 위해 오징어, 명태 등 주요 유망 구조에 대한 광구 분할도 이뤄질 전망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투자 유치를 통해 주요 메이저 기업의 평가가 입증된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투자 유치 조건에 따라 정부 예산 필요성은 갈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시추 위치 선정부터는 해외 업체와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해외 메이저, 석유공사와 의견을 교환해 시추 위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추부터 최종 결과까지 8개월 이상 걸리는 현실에서 투자 유치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1개에 1년씩, 시추공 5개를 뚫는 데에는 약 5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근상 한양대 교수는 “학계에선 ‘시추에서 실패는 없다’고 말한다”며 “발견을 못 했더라도 첫 시추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변 지역을 다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유전이 발견된 남미 가이아나 광구는 1960년대부터 시추가 진행됐고, 이스라엘 심해 가스전은 탐사 시추를 시작한 지 12년 만인 2008년 발견됐다. 노르웨이는 33번째 시추공에서 유전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