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임기 때도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엔 취임 3개월 만에 관세 카드를 꺼냈는데, 이번엔 그보다 더 빠르게 취임 20여 일 만에 조치를 내렸다. 관세 전쟁의 고삐를 더 빨리, 바짝 조인 것이다.
트럼프 정부 1기인 2017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관세 부과’ 방침을 정하고 미 상무부에 대미 철강 수출국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후 2018년 3월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관세 근거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는데, 절차상 조사 보고서가 필요했기 때문에 실제 부과까지 약 1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미 정부는 그해 3월 23일 예정대로 관세 부과를 시작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7국에는 하루 전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개별 협상에 들어갔다. 한국은 4월 30일에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했다. 직전 3년간 평균 수출량의 70%에 해당하는 무관세 쿼터(연간 263만t)를 받아, 지금도 그 범위 안에서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개별 협상에 나서 1년여 후인 2019년 5월 철강 관세 철폐에 합의했다. 다만 “수입이 급증할 경우 관세를 재부과할 수 있다”는 조건은 남겼다.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한국처럼 일정 물량에 관세를 면제하는 쿼터제를 택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트럼프 1기가 끝날 때까지 고율 관세를 부과받았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때인 2022년 각각 일정 물량은 무관세로 수출하고, 그 외 물량은 관세를 부과받는 방식으로 바꿨다. 당시 일본은 대미 철강 수출량이 2017년 약 173만t에서 2020년 약 72만t으로 급감하자 미국과 협상에 나섰다.
미국은 트럼프 1기 당시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를 통해 자국 산업 보호 효과를 봤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추산에 따르면 2018~2021년 당시 미국의 철강 수입은 24%, 알루미늄은 31.1% 줄었다. 대신 미국 내 생산은 각각 1.9%, 3.6% 늘었다. 다만 현지의 철강·알루미늄 가격이 올라 건설, 자동차 부품 등 현지 제조 기업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