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이 우리나라 수출의 양대 축인 자동차와 반도체로 확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전날 예고한 대로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계획을 담은 포고령에 서명하며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수출의 쌍두마차로 최근 대미 수출에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던 자동차와 반도체까지 ‘트럼프 관세 폭탄’의 영향권에 들어가며 ‘수출 한국’ 전반에 충격이 몰려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는 1위, 반도체는 3위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해 “예외나 면제는 없다”면서 “앞으로 이틀 내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도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상대 국가가 보복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1기 당시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맺었던 철강 쿼터(무관세 수출 할당)와 대체 협정을 3월 12일 자로 무효화하고,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18년 미국과 협상 끝에 연 263만t으로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대신 관세를 물지 않는 무관세 쿼터를 받기로 합의했지만, 이번 포고령에 따라 앞으로 모든 수출 물량에 대해 25% 관세를 물게 됐다.

우리 대미 수출을 주도하는 자동차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과 같이 나라를 가리지 않고 매기는 무차별 보편 관세를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와 달리 자동차는 지금까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을 거론할 때 주요 품목으로 다뤄지기만 했다.

그래픽=박상훈

한편 미국이 반도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면 1997년 미국 주도로 발효된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반도체 등 IT 기기에 대한 관세를 매기지 않은 이후 28년 만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 부담 등을 고려해 10~25% 수준에서 자동차 관세율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기업들에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라는 확실한 신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