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확장법, 국제비상경제권법, 상호무역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쏘아 올린 ‘관세 전쟁’에 각종 ‘신(新)무기’가 등장하고 있다. 이전까지 거의 사문화됐던 각종 법안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다른 나라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포고령, 행정명령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표해 더욱 생소하게 느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며 근거로 63년 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했다. 대통령에게 자국 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조항이다. 트럼프 1기 때도 이를 근거로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실제 활용한 경우가 5번에 불과했지만, ‘관세 맨(tariff man)’을 자처한 트럼프 정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1일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관세 부과를 발표할 때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들었다. 48년 전 만들어진 이 법은 ‘국가 안보,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대응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다양한 경제 제재를 할 권한을 부여한다. 그동안 이란, 북한, 아프가니스탄처럼 미국과 갈등을 빚은 국가를 제재할 때 쓰였다. 캐나다·멕시코 같은 우방국에 ‘관세 부과’ 수단으로 삼은 건 트럼프 정부가 처음이다.

미국이 새로운 통상 법안인 ‘상호무역법’을 만들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했고, 지난달 공화당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에게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으로 발생하는 무역 불균형을 해결할 권한을 주고, 필요할 경우 상호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미 정부는 관세 정책을 발표할 때 포고령과 행정명령, 각서 등 다양한 행정조치를 활용하고 있다. 행정조치는 미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사용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보통 행정명령이나 각서는 행정부에 조사와 방안 마련을 지시할 때, 포고령은 구체적으로 시행할 때 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