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품목별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자동차(34만명)와 반도체(15만명)를 합치면 국내 총 종사자 수는 49만명에 달한다. 10만명 수준인 철강의 약 5배다. 수출액 역시 각각 708억달러(약 103조원), 1419억달러로 지난해 철강 수출액(333억달러)의 7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 두 품목에 대한 미 정부의 관세 부과는 우리 산업계에 주는 충격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와 반도체 수출을 합치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대미(對美) 수출에서도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늘리며 규모를 크게 늘린 일반 기계와 함께 자동차와 반도체는 수출 ‘톱3’에 올랐다. 우리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수출 효자 품목인 자동차는 전체 수출의 절반(347억달러)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만 차량 170만대를 팔면서 2년 연속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조지아에서 아이오닉5 등을 생산하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본격 가동하며 현지 생산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자동차와 함께 수출 호조를 견인한 반도체는 최근 AI(인공지능)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하며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 등 AI 투자가 늘면서 D램 모듈 수요가 급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엔 730조원 규모의 초거대 AI 인프라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까지 추진되면서 미국 내 반도체 수요는 폭증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자동차·반도체 산업에 매기는 관세 조치가 우리 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자동차 산업 부활을 강조했고, 앞서 “반도체 사업을 대만에 빼앗겼다”고 주장할 정도로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 재건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에 더해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향한 견제도 계속 이어지면서 우리 산업의 양대 축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