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理事會)에 반도체 전문가를 보강한다. 작년 말 반도체 사업 중심의 쇄신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이사회에도 반도체 전문가를 여럿 배치해 본격적인 경쟁력 회복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사내·사외이사에 모두 반도체 전문가를 선임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에 1명뿐인 반도체 전문가를 세 배인 3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는 9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는 한종희 DX부문장(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이정배 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다. 이 가운데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이정배 전 사장이 물러나고, 반도체 경영진 중 2명이 새롭게 합류한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DS부문장(대표이사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나머지 한 자리에는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송재혁 사장, 파운드리사업부 CTO 남석우 사장 등 기술 전문가가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안건이 확정되면 사내이사는 총 4명으로 늘어나고 가전·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DX(완제품) 부문과 반도체를 총괄하는 DS(부품) 부문 담당 사내이사가 2명씩 동수가 된다. 임기가 만료되는 노태문 MX사업부장은 사내이사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는 5명까지 늘어났지만, 삼성전자는 공석을 모두 채우지 않고 4명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에서도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후임으로 반도체 학계 전문가가 새롭게 영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반도체 석학인 박병국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지만, 2022년 박 교수가 별세한 이후 반도체 분야 전문가가 공백 상태였다. 이번에도 반도체 분야 석학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는 금융, 통상, 에너지, 로봇 전문가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만 TSMC는 주요 반도체 전문가로 이사회를 구성했는데 삼성전자 이사회에는 기술 전문가보다 관료, 금융인 등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사내·사외이사에 반도체 전문가를 집중 보강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한조 이사장의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되는 이사회 의장에는 기존 사내이사인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추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관료 출신인 신 전 위원장은 국내외 경제·금융 현안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료 시절 국제금융을 담당했고, 국제기구 근무 경험도 있다. 김 이사장과 함께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김준성 싱가포르국립대 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임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사회에서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등과 관련한 내용을 논의한 뒤 다음 달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삼성 로고 모습.(뉴스1 DB)2021.1.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