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부터 문제 제기가 잇따랐던 사용 후 핵연료 저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송배전망이 없어 전기를 못 보내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마련한 ‘전력망 특별법’, 민간 사업자들의 난립 문제를 해결할 근거를 마련한 ‘해상 풍력 특별법’ 등 이른바 ‘에너지 3법’이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 합의로 소위를 통과함에 따라 19일로 예정된 상임위는 물론 이달 내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국면에서 국내 에너지 업계의 오래된 난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산업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이들 ‘에너지 3법’의 시행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에너지 3법은 지난 20대와 21대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됐지만 여야 정쟁 속에 폐기됐으나, 22대 들어 다시 발의된 끝에 여야 합의를 이끌어 냈다.
원전을 가동하면서도 사용 후 핵연료 저장·처분 시설이 없는 현실을 두고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는 비판이 커지며 발의됐던 고준위 특별법은 필요성이 제기된 지 10여 년 만에야 법 제정이 가시화됐다. 2030년 전남 영광 한빛 원전부터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원전 내 수조가 꽉 찰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이 통과됨에 따라 임시·중간 저장 시설, 영구처분장 등의 건설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망 특별법 통과도 세계 각국이 송배전망 건설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 속에 진도를 내지 못하던 송배전망 구축에 범정부적인 지원이 기대된다. 해상 풍력 특별법 또한 정부가 직접 해상 풍력발전 입지를 계획하면서 민간의 난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고준위법은 영구 처분장 부지 선정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여전히 남았고, 전력망법은 민간이 송배전망 건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빠지면서 전력망 건설 속도전에서 해외 각국에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통과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안타깝지만,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