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직장폐쇄’ 결정을 내린 현대제철이 25일 서강현 사장 명의의 담화문을 배포하고 파업 중인 노조를 상대로 “지금은 갈등을 심화시킬 때가 아니다. 노사가 하나 돼 어려움을 헤쳐가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이라며 파업 중단을 재차 요청했다.

그러면서 서 사장은 “지금과 같은 파업은 회사의 생존기반을 약화시키는 행위이며,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것”이라며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회사는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하여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현대제철

서 사장의 임직원 담화문은 현대제철의 직장폐쇄 결정 하루 만에 나왔다. 전날인 24일 현대제철은 연 매출 4조원 안팎을 내는 충남 당진제철소 냉연 공장을 스스로 문 닫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법이 허용하는 사측(사용자)의 쟁의행위 중 하나로, 정상적인 공장 가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내린 조치였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지난 1월부터 민노총 산하 노조의 ‘게릴라 파업’이 네 차례 반복되면서 조업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1953년 창사 이래 첫 직장 폐쇄였다. 직장폐쇄된 공정은 현재 노조가 파업 중인 PL/TCM(냉연 제품의 표면 불순물을 없애는 공정 관련 시설)이다. 이날 해당 공정에는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았다. 직장폐쇄가 된 경우, 해당 직원은 사업장에 출입할 수 없고 회사 측은 임금 지급 의무가 없다.

서 사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배포한 담화문을 통해 “다들 아시다시피 최근 몇 년간 철강산업은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건설, 기계 등 수요산업 침체와 신흥국의 철강산업 육성에 따른 철강 생산량 증가로 회사의 실적은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했고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잉여 물량에 대해 밀어내기식 저가 수출을 감행하여 우리나라가 최대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심각한 경영 환경에서도 회사는 지난 2월 19일 진행된 단체교섭에서 지급 여력을 넘어서는 성과금을 제시했다”며 “이처럼 회사의 실적 악화 속에서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결정을 내린 이유는 소모적인 논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노사가 힘을 모아 함께 난관을 헤쳐가자는 회사의 진심을 전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앞서 지난 19일 열린 노사 협상에서 사측은 ‘기본급 450%+1000만원’을 제안했다. 약 1만1000명 직원에게 인당 평균 2650만원 규모다. 그러나 노조는 총액 기준 4000만원대, 현대자동차 수준의 성과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사장은 담화문에서 “이번 성과금 제시 결정으로 회사는 2024년 실적 전환에 대한 정정 공시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로 인해 주가 및 신용 등급 하락, 운영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 다방면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우려되며, 나아가 이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생존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파업은 회사의 경영 악화를 심화시킬 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라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매출 감소와 직결되며, 이는 결국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또, “지금과 같은 파업은 회사의 생존 기반을 약화시키는 행위이며,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것”이라며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회사는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하여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제철 사측은 직장폐쇄의 시한을 ‘노조의 파업 해제 때’로 정했다.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면 즉각적으로 직장폐쇄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서 사장은 끝으로 “지금은 갈등을 심화시킬 때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현대제철이라는 공동운명체”라며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하나 되어 이 어려움을 헤쳐가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속히 단체교섭을 마무리하고, 발등에 떨어진 위기를 헤쳐가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