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28일(현지 시각)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미국 측이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도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대미 무역 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LNG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검토하는 가운데, 현지 가스전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수입 규모를 늘려 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와 에너지 업계가 받은 이 같은 제안은 언뜻 보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미국의 관세 공세에 우리가 내밀 카드가 하나 생긴 것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고민이 많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선 지금 우리가 내밀 수 있는 에너지 카드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원유 수입은 쉽지 않다. 국내 정유 3사는 이미 셰브론, 아람코 등 고정된 수입원을 갖추고 있고, 이들이 활용하는 정제 설비는 비교적 값이 싼 중동산 중(重)질유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미국산 경(輕)질유를 대량으로 들여오면 기존 설비를 활용하기 어려워지고 값도 배럴당 평균 3~5달러씩 비싸진다.
LPG(액화석유가스)도 쉽지 않다. 지난해 전체 수입액의 85%에 이르는 45억달러 규모를 이미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어 수입량을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제시할 카드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선, 그나마 수입 물량에 여유가 있는 LNG 수입을 늘리는 정도가 대안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1990년대 말부터 해마다 898만t을 수입해 오던 카타르와 오만산(産) 장기 계약이 지난해 말 끝난 만큼, 한미 양국이 ‘에너지 협력’을 이룰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은 과제는 있다. 지금 당장 미국산 LNG를 들여올 중장기 계약을 체결한다 해도, 실제 물량이 도입되려면 3~4년 이상 걸릴 수 있다. 미국 측이 제안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경제성이 높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공사비만 최소 450억달러(약 65조원) 이상 들고, 극지방 특성상 여름에는 공사가 어려워서다. 정용헌 전 아주대 교수는 “과거 미국 엑손모빌 등 메이저 업체들도 참여했다가 철수한 프로젝트”라며 “높은 법인세와 생산지~선적지 간 1000㎞가 넘는 거리 등을 고려하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