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막한 ‘MWC 2025’에서 대다수 참가 기업들은 인공지능(AI) 관련 내용을 앞세웠다. SK텔레콤은 AI데이터센터를 부스 정중앙에 배치했고(위), KT는 AI와 일상을 접목한 체험장으로 준비했다. KT부스에서 열린 K팝 댄스 챌린지에서 댄서들이 춤을 추고 있다(가운데). LG유플러스는 AI 기반 보안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게 꾸렸다(아래). /SK텔레콤·뉴시스·김봉기 기자

3일 오전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가 개막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3홀. 전시관에 들어서니 미국 빅테크 MS(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 붙은 ‘인공지능(AI), 통신 혁신과 성장을 촉진한다’는 대형 문구가 보였다. 바로 옆 SK텔레콤 부스 무대 중앙에는 대형 AI 데이터센터 모형이 놓여 있었다. 지난해 ‘에어 택시’로 불리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실물 기기를 전시했던 SK텔레콤은 올해 부스 전체를 AI 관련 내용으로만 채웠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제어 및 액체 냉각 기술 안내는 물론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리벨리온 NPU(신경망처리장치) 같은 파트너 기업들의 AI 반도체를 배치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유명한 중국 레노버 부스에도 정작 스마트폰과 노트북 제품은 중앙이 아닌 주변으로 밀려나 있었다. 대신 각종 AI 설루션을 안내해주는 터치 스크린들이 배치됐다.

◇부스마다 ‘AI’ 전면에 내세워

올해 MWC에 참가한 다른 주요 기업 부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대다수가 어김없이 AI 관련 인프라나 AI와의 융합으로 기획한 서비스나 제품을 메인으로 내세웠다. 전시관 어디를 둘러봐도 올해 MWC를 아우르는 주제가 AI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중국 샤오미는 차세대 스마트폰 ‘샤오미 15 시리즈’에 자체 운영체제(OS)인 ‘하이퍼 OS 2’와 AI 시스템인 ‘하이퍼 AI’를 탑재했다. 하이퍼 AI는 작문부터 음성 인식 및 이미지 관련 기능을 갖췄다. 샤오미는 또 최신 전기차 ‘SU7 울트라’와 스마트TV 가전, 웨어러블 기기까지 AI 기술 기반으로 확장형 디바이스 생태계를 구축했다. 자동차를 타면 ‘샤오아이’라는 AI 에이전트가 운전자의 체형에 맞게 좌석을 조정해 목적지로 어떻게 갈지 안내하고, 운전자는 집에 도착하기 전 로봇청소기로 청소를 시킬 수도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에서 출시한 세계 첫 삼중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 XT’를 이번 MWC에서 본격 전시했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테크노는 두께 5.75㎜의 ‘스파크 슬림’을 선보였다. 독일 통신사 도이치텔레콤 부스 한가운데는 ‘AI 주도 보안’ ‘AI 네트워크 효율’ 등과 같은 안내가 붙은 터치 스크린으로 가득 차 있었다. ‘5G로 향상된 실시간 AI’라는 대형 문구가 붙은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의 부스에선 직원들이 2000개가 넘는 아프리카 방언을 이해할 수 있는 AI 모델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었다.

◇AI로 모바일 산업 활력 얻나

LG유플러스는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으로 만든 디지털 휴먼 ‘나이비스’를 부스 입구에 배치하고, 방문객들에게 전시관 정보를 안내토록 했다. 설치된 대형 가로 스크린을 통해 등장한 나이비스는 생성형 AI ‘익시젠’이 적용돼 한국어·영어·스페인어 등 3개 국어로 대화가 가능했다. LG유플러스는 점점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기계로 위조한 가짜 목소리를 AI로 식별하는 ‘안티 딥보이스’ 기술 체험 코너를 운영하는 등 AI 시대에 중요해진 보안 문제에 중점을 뒀다.

KT는 이번 MWC에서 AI 기술이 접목된 경기장 ‘K-스타디움’을 선보였다. 경기장 내 외국인 팬을 위해 AI 실시간 자막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KT가 후원하는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강인을 디지털 휴먼으로 등장시켜 키오스크에 이름을 입력한 방문객에게 환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MWC 주관사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의 마츠 그란리드 사무총장은 “AI 시대와 함께, 모바일 통신 산업이 과거 급성장기 때 경험한 파괴력 있는 에너지(disruptive energy)를 되찾은 듯한 분위기”라고 했다. 통신 산업은 지난 2019년 이후 막대한 인프라 투자로 5G(5세대 이동통신)망을 구축했지만, 그동안 획기적인 수익 모델을 발굴하지 못했다. 하지만 AI와의 접목으로 다시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