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동서식품, 삼양식품, 롯데웰푸드, 오뚜기 등이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했다고 6일 밝혔다. 삼성전자도 홈플러스와 납품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한 기업이 등장한 데 이어 납품을 중단한 기업이 늘어나는 등 홈플러스 사태가 커지고 있다. 일부 납품 업체들은 물량을 축소하는 내용도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협력사들에 위험이 없으니 납품을 정상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7~28일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강등하자 이자율 상승으로 인한 단기 자금 상환 부담을 낮추겠다며 기업회생절차를 전격 신청했다. 홈플러스는 금융 채권 상환이 유예되면 정상 영업을 통해 조기에 안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협력업체들이 납품 중단에 나서면서 계획이 꼬이고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금융 비용을 낮추겠다며 소비자와 협력업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기업회생 신청’ 카드를 꺼낸 걸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일시 중지됐던 납품 대금의 지급을 6일 재개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원이며 3월에만 영업 활동을 통해 유입되는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돼 일반 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영업을 계속하고 있고, 4조7000억원의 부동산 자산이 있어 대규모 대금 미지급 사태가 벌어진 티메프 사태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바람과 달리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의 상황을 우려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A 식품 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납품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B 식품 업체 관계자는 “4일에 입금되기로 했던 대금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오늘(6일) 연락이 와서 ‘14일쯤 일부 지급하겠다’고 하더라. 나머지는 언제 주느냐고 물으니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2월 12일 이후에 발생한 거래에 대해서는 바로 대금 지급을 하고 있지만, 그 전의 거래는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다음 주 중에 모든 결제 대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납품 업체들은 홈플러스와의 협상에서 담보 설정이나 선결제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납품 업체와의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납품 중단에 나서는 기업이 많아지면 최악의 경우 홈플러스 매대가 비거나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진열되지 않는 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