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납품을 중단했던 협력사들 일부가 최근 납품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한숨 돌리게 됐지만, 우려는 여전합니다. 홈플러스의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등만 6000억원에 달합니다. 개인이 투자한 물량도 상당해 향후 손실이 확정되면 파장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매달 납품업체와 입점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대금만 4000억원이 넘습니다.
홈플러스와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9일을 포함해 세 차례나 “(지난달 27~28일)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불가피하게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올림픽(시장)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둔 선수(기업)가 심판(신용평가사)이 점수를 제대로 줬다면 메달을 땄을 것이라고 심판 탓을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홈플러스는 9일 개인 투자자들에게 기업어음 등을 판매한 주체도 증권사들이지, 홈플러스와 MBK는 최근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와 MBK가 스스로 성적표를 돌아봐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홈플러스는 2021년부터 적자 행진 중입니다. 지난 1월 31일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462%에 달합니다. 작년 11월 말 부채비율(1408%)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이 또한 실질적인 재무상태 개선보다는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회계상 분류를 부채에서 자본으로 변경한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홈플러스와 MBK가 “선제적 대응”이라는 낯선 표현을 꺼내 들며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했을 때 기업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홈플러스와 MBK만 몰랐던 사실도 있습니다.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대형마트가 ‘극단적 선택’이라 불리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 후폭풍이 거세다는 것입니다. 홈플러스는 국내 2위 대형마트입니다. 납품 업체는 1800곳, 테넌트(임차인)는 7000곳에 달합니다. 홈플러스와 MBK가 합리화에 공을 들이는 대신 소비자, 협력업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책과 숫자를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