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12일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았다며, “영풍에 대한 ‘상호주 제한’이 다시 성립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과 영풍·MBK 간 경영권 분쟁이 한층 더 가열되는 분위기다.

이날 고려아연은 호주 손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회사가 갖고 있던 영풍 지분 10.3%를 현물배당 방식으로 썬메탈홀딩스(SMH)에게 넘겼다고 했다. SMH는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완전 자회사이며, SM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서 다시 ‘상호주 제한’이 성립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이달 말 열릴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은 여전히 제한된다”며 “SMC의 모회사로서 SMH 역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기업 가치와 성장 동력 훼손을 막고 전체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상호주는 A 회사와 B 회사가 서로 보유한 상대 회사 주식을 가리킨다. 취득 자체가 금지는 아니지만 10%를 넘을 경우 전체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금지되는 ‘상호주 제한’ 대상이 된다. 상호주가 경영권 우호 지분으로만 이용되거나 소액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고려아연 측은 임시 주총 전날 영풍 지분 10.3%를 호주 법인인 손자회사 SMC로 넘겨 순환 출자 고리를 만들었다. ‘MBK·영풍→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SMC→영풍’으로 이어지는 식인데, 이런 구조하에선 ‘상호주 제한’이 생긴다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7일 법원은 “상호주 제한은 상법상 주식회사에 대해서만 성립하는데, 호주 법인 SMC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식회사인 SMH로 지분을 넘긴 것이다.

이 조치를 두고 또 법률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영풍 측은 지난 7일 법원 판결 직후 보유하던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신설 유한회사 와이피씨에 현물 출자했다. 상호주 관계를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와이피씨는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게 영풍 측 주장이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까지는 기존의 상호주 제한 관계가 성립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양측은 상호주 제한 가능 여부를 두고 법적 분쟁을 또 벌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