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 해군사관학교를 찾았다. 세계 최강 해군의 산실로 꼽히는 이곳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이벳 M 데이비스 교장(해군 중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와 생도들을 직접 만났다. 그는 생도들과의 환담에서 “대한민국은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조선·해양 분야 혁신의 원동력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해사 방문 전날에는 미 워싱턴 DC에서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의 앨릭스 카프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AI 조선소’ 프로젝트를 함께 논의했다. 그는 팔란티어 CEO에게 한국 조선업의 상징인 ‘거북선 모형’을 선물했다.

미 해군 함정의 정비를 성공적으로 마친 한화오션뿐 아니라 HD한국조선해양을 보유한 HD현대도 미국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가며, K조선의 수주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조선 전문가인 브렌트 새들러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2일 본지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선박 발주를 포함한) 조선 관련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며 “조선·해운 수요를 유지하고, 더 많은 규제를 완화하며, 조선소 현대화에 대한 인센티브가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이미 미국 해양 산업의 중요한 일원”이라며 “한·미 조선 파트너십의 성공은 더 많은 동맹을 미국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중국이 70.6%, 한국이 16.7%, 일본이 4.9%로 세 나라가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이 자연스럽게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작년 11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고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직접적으로 밝힌 데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해군을 보유한 존 펠런 미 해군장관 지명자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한화의 필리조선소 인수를 거론하며 “그들의 자본, 기술을 미국에 유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